장애인 조카와 철부지 고모의 상부상조 성장기 <내 사랑 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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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조카>
지은이 박현정
펴낸이 전은정
목수책방
308쪽|1만9000원
지은이 박현정
펴낸이 전은정
목수책방
308쪽|1만9000원
작가가 조카를 만난 것은 2012년 1월의 일이었다. 하나 있는 오빠가 아들을 낳았다는데 태어나자마자 중환자실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카는 출산과정의 의료사고로 영구적이고 심각한 뇌손상을 입었다.
방송작가로 일하던 고모는 하루이틀 조카를 돌봐주더니 어영부영 '육아의 요직'을 맡아버린 지경까지 이르렀다. 벌써 조카는 중학교 입학을 바라보고 있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혼자서는 앉을 수조차 없는 채로.
신간 <내 사랑 조카>는 12년간 조카를 길러온 기록이다. ‘평범한 고모의 특별한 그림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그림으로 기록했고, 짧은 글로 설명을 더했다. 중증 장애인 조카를 키운다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었겠나. 하지만 작가는 덤덤한 터치로 일상을 적었다. 의도적인 듯한 무심한 표현들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고모는 맞벌이를 하는 오빠 내외를 대신해 오후 5시에 무조건 집에 들어가야해서 ‘5시렐라’라는 별명까지 붙었다고 한다. 물리치료를 가거나 병원에 갈 때는 낮에도 조카와 동행한다. 고모는 정식으로 자격증까지 취득해서 조카의 장애인활동보조인이 됐다.
책의 주제는 표지의 소개글 하나로 정확히 압축된다. ‘장애인 조카와 철부지 고모의 상부상조 성장기’다. 작가는 말한다. “조카를 그리며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조카를 키운 줄 알았는데, 조카가 나를 키웠더라고요.” 그리고 덧붙인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돌봄이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나를 단단하게 성장시키는 행위라는 사실을.”
그림은 아마추어 치고는 수준급이다. 조카와 조카를 둘러싼 환경들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고모는 어느날 갑자기 그림을 그리고 싶어져서 6년 전부터 미술학원을 다니며 배웠다고 한다. 아이가 커나가는 것과 함께 그림 실력이 늘어가는 모습을 확인하는 것도 책을 보는 재미 가운데 하나다.
신연수 기자
신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