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특수 노린 저비용 항공사·중소형 여행사 영향 불가피
[제주항공 참사] 여행상품·항공권 취소 잇따라…상품 프로모션 중단
정국 불안과 환율 상승으로 얼어붙은 여행업계에 설상가상으로 전날 여객기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여행 상품 취소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항공권이나 단체 여행(패키지) 상품 취소 사례가 하루 만에 수백건 나왔고 관련 문의도 속출하고 있다.

30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휴일인 전날 고객 게시판을 통해 취소 문의가 이어졌고 평일인 이날 오전에도 취소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여행사 관계자는 "어제 하루 여행상품 취소와 관련 문의가 40여 건 있었고, 취소가 원래 좀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오늘 오전 9시30분 기준 취소는 500명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취소는 평소의 두 배 정도이고, 예약은 50% 정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취소 문의가)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며 "고객의 취소 결정에 시간이 수일 걸릴 수 있는 만큼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여행사들은 이번 참사 이후 홈쇼핑과 온라인 광고, 프로모션 등을 모두 중단한 상태다.

개별 여행을 떠나기 위해 항공권을 예약한 소비자 중에서도 항공사를 갈아타거나 취소 등을 문의하는 이들도 있다.

여행업계는 항공권이나 여행상품 취소 사례가 더 늘 것으로 보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로 제주항공과 같은 저비용 항공사(LCC)는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 온라인커뮤니티 등에는 '여행을 취소해야 하나', '큰 항공사로 옮겨야 할까' 등 불안을 호소하는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도봉구의 한 자영업자는 "다음 달에 저가 항공으로 여행을 가는데, 취소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취소 불가 상품으로 알고 있는데, 일단 문의는 해볼까 한다"고 말했다.

여행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여행·관광 시장 자체가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계엄 사태 이후 정국 불안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다 원화 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여행업계는 이미 큰 타격을 받은 상황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원래도 여행업은 대내외 변수에 취약한데 올해는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앞서 티몬·위메프(티메프) 영업 중단으로 여름 성수기를 망쳤고 겨울 성수기는 계엄 선포에 따른 고환율 여파로 위축됐는데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물가 상승과 고환율에 이어 이번 사고까지 겹쳐 여행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며 "특히 LCC 여행 상품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