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다리 건너 지인"…광주·전남 집단 트라우마
179명의 생명을 앗아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긴 가운데, 특히 희생자가 몰린 광주·전남 시도민들이 참담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1980년 5월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 '12·3 비상계엄'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전세계를 뒤흔든 비극에 너무 가혹한 세밑이라는 한탄이 쏟아진다.

30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희생된 179명 가운데 광주·전남 거주민은 157명에 달했다.

이웃, 지인들의 비보에 지역민들은 하루 종일 침통한 모습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의 뜻을 표했다.

사고 여객기에는 연말을 맞아 부푼 마음을 안고 해외여행을 다녀온 승객들이 대부분이어서 가족, 친지가 한꺼번에 숨진 사례가 유독 많았다.

탑승자 중 최연장자인 영광군 군남면 80세 주민은 팔순을 축하해주러 동행한 일가족 8명과 함께 한 여행길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최연소 탑승자인 3살 유아는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12번째 우승 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짬을 낸 구단 직원의 자녀였다. 이 가족은 예정보다 하루 일찍 귀국했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화순군청 전현직 공무원, 자매 사이인 목포시청 직원, 전남도교육청 소속 교직원 등 공직사회도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들을 한날한시에 잃었다.

특히 올해는 진도 맹골수도 해역에서 침몰하는 배와 수학여행길에 오른 고교생 희생자들을 속절없이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세월호 참사 10주기이기도 해 당시 트라우마를 상기하는 지역민도 많았다.

한편 광주와 전남에서는 5·18민주광장, 전남도청, 무안군 종합스포츠파크 등 최소 3곳에 분향소가 설치된다.

광주 자치구 청사 광장 등에도 희생자를 기리는 분향소가 산발적으로 설치될 예정이며, 각 분향소는 정부가 이번 참사의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한 내달 4일 24시까지 운영된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