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가 도박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채권 상장을 대폭 늘리고 있다./사진=한경DB
마카오가 도박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채권 상장을 대폭 늘리고 있다./사진=한경DB
세계 최대 도박 도시 마카오가 경제 다각화를 위해 채권 상장을 대폭 늘리며 중국 기업들의 대체 금융 허브로 자리 잡으려 하고 있다.

30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올해 마카오 금융자산거래소(MOX) 총 281억 달러(약 41조 3266억원) 규모의 채권이 새로 상장됐다. 이 가운데 약 63%는 위안화 표시 채권으로, 주로 중국 지방정부 금융기관(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이 발행했다.

MOX의 채권 상장액은 2018년 6억 달러(약 8824억원) 수준에 그쳤지만, 마카오가 채권 등록 절차를 간소화하고 비용을 낮추면서 급격하게 성장세를 보였다. LGFV는 중국 내 차입 제한을 피하기 위해 해외 채권 발행을 증가시키고 있다.

마카오는 채권 시장을 중국 본토와 국제 사회를 연결하는 금융 다리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라우 헨리에타 마카오 통화당국 전무이사는 “우리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투자자와 발행자를 더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마카오를 아시아의 주요 위안화 표시 채권 및 자유무역지대 채권 상장지로 키우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주요 발행 사례로는 2019년 중국 재무부가 발행한 20억 위안(약 4025억원) 규모의 채권과 2021년 광둥성이 발행한 22억 위안(약 4428억원) 규모의 채권이 있다. 최근에는 1억 달러(약 1470억원) 미만의 소규모 LGFV 채권 상장이 증가세다.
중화(마카오) 금융자산거래소에 상장된 채권의 규모./자료=블룸버그
중화(마카오) 금융자산거래소에 상장된 채권의 규모./자료=블룸버그
다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예컨대 채권 발행 구조화, 판매, 결제 등 주요 과정은 여전히 마카오 외부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며, 활발한 2차 시장 부재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마카오는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대형 발행자를 유치하기 위해 새로운 증권법을 준비하고 있다. 또 MOX는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와 협력을 통해 마카오 상장 채권을 글로벌 거래 플랫폼에 추가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내년에는 녹색·지속 가능 채권의 성장세가 기대를 모은다. MOX 대변인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시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채권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기준 녹색·지속 가능 채권의 상장 총액은 약 1350억 마카오 파타카(약 24조 8224억원)에 달한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