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여개국에 중계되는 빈필 신년음악회…새해는 슈트라우스 특집
티켓 하나 값이 최고 180만원(1200유로)에 이르는데도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클래식 공연이 있다. 매년 1월 1일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경쾌한 왈츠 선율로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39년 12월 31일 시작해 1941년 1월 1일부터 신년음악회 명맥을 이어온 이 공연은 지금도 세계 90여 나라에 중계될 정도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한국에서도 복합 상영관 메가박스, 롯데시네마에서 실시간 상영한다.

2025년 신년음악회는 빈 필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세계적인 지휘 거장 리카르도 무티가 포디엄에 오른다. 그가 빈 필 신년음악회를 이끄는 건 이번이 일곱 번째로, 공연 역사상 최다 지휘 기록이다. 1971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빈 필을 처음 지휘한 무티는 상임 지휘자가 없는 이 악단에서 50여년간 500회 이상 공연을 이끈 지휘자로도 유명하다. 빈 필은 2011년 그에게 명예 단원 칭호를 수여하며 깊은 신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티는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미국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세계 명문 악단과 오페라 명가에서 음악감독을 맡아온 명장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90여개국에 중계되는 빈필 신년음악회…새해는 슈트라우스 특집
이번 공연 프로그램은 ‘슈트라우스 가문’ 음악으로 대부분 채워진다. ‘왈츠의 왕’이라 불리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1825~1899) 탄생 200주년이라서다. ‘라군 왈츠’ ‘안네 폴카’ 등 그의 작품이 주로 등장하고, 아버지 요한 슈트라우스 1세와 동생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곡이 중간중간 삽입되는 식이다. 여기에 빈 필 신년음악회 고정 앙코르곡인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과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가 더해진다.

이번 신년음악회는 사상 최초로 여성 작곡가의 작품이 연주된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빈 필은 오스트리아 여성 작곡가 콘스탄체 가이거의 ‘페르디난드 왈츠’를 들려준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가이거는 여덟 살 때 자신의 곡을 직접 연주하기 시작한 작곡가"라며 "그가 열 두살 때 작곡한 왈츠는 빈 필 신년음악회에서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라고 전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