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시총 '10조엔 클럽' 히타치 등 18개 최다
올해 일본 증시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시가총액 10조엔을 넘는 일본 기업이 18개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히타치제작소 등이 올해 처음으로 ‘10조엔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전통의 대기업이 수익력을 높여 시장에서 재평가받았다. 다만 일본의 ‘10조엔 클럽’ 기업 수는 미국의 9분의 1에 불과하다. ‘젊은 기업’이 성장하지 못해 미국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도쿄증시,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96% 떨어진 39,894에 마감했다. 연간 상승률은 약 19%로, 연말 기준 종가는 3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총 10조엔을 넘는 기업은 18개로, 작년 말 10개에서 대폭 늘었다. ‘버블 경제’ 정점이었던 1989년 말에도 NTT 등 3개 사에 불과했다.

시총 1위는 도요타자동차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판매 호조와 가격 인상 효과로 주가가 크게 올라 닛케이지수가 3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도요타는 지난 27일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기대가 높아지며 약 5개월 만에 시총 50조엔을 재돌파했다.

히타치제작소는 올해 1월 처음으로 시총 10조엔을 넘어섰다. 송배전, 디지털 사업 성장성이 주목받으면서 연간 주가 상승률은 약 93%에 달했다. 이날 기준 시총은 18조2170억엔, 내년에는 ‘시총 20조엔’도 시야에 들어온다.

10조엔 클럽에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해 수익력을 높이고 주주 환원을 강화한 기업도 많다. 도쿄해상홀딩스는 정책보유주 매각 이익을 얻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오랜만에 10조엔 클럽에 복귀한 종목도 있다. 닌텐도는 2007년 11월 이후 다시 이름을 올렸다. 주력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 후속 출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슈퍼 마리오’ 등 강력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이달에도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전 세계 10조엔 클럽과 비교하면 뒤처진다는 평가다. 금융정보 업체 퀵·팩트셋에 따르면 엔화 환산 시총이 10조엔을 넘는 기업은 전 세계 313개에 이른다. 미국 기업이 167개로 절반을 넘는다. 일본은 중국(24개)에 이어 3위지만 미국과의 격차는 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 주력 종목에 ‘새로운 얼굴’이 적다고 지적했다. 2000년 이후 창업한 기업 중에선 10조엔 클럽이 없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기존 사업에서 존재감을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분야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기업이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