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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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기업 일부에 약속한 수익률을 보전하기 위해 랩어카운트와 신탁 계좌에서 ‘채권 돌려막기’ 거래를 벌인 9개 증권사들이 영업정지 중징계는 피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이들에 대한 징계 수준을 이르면 다음달 확정한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7일 임시 증선위를 열고 랩·신탁 돌려막기 관련 9개 증권사에 대한 징계 수준을 금융감독원의 원안에 비해 일부 감경하기로 결정했다.

금감원은 앞서 KB증권, 하나증권, 미래에셋증권, 유진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교보증권, 유안타증권에 대해선 3~6개월 영업정지 조치를 통보했다. NH투자증권은 영업정지 1개월, SK증권은 기관경고 조치를 예정했다. 각 사엔 억대 과태료 부과도 예고했다.

이에 대해 증선위는 사실상 모든 증권사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가 과도하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로 여러 증권사가 수개월간 채권 거래 등의 영업을 정지할 경우 이미 불확실성이 큰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증선위는 과태료를 비롯한 나머지 안에 대해서도 원안에 비해 낮은 징계를 적용하도록 판단했다.

금융감독당국은 지난해 9개 증권사들이 랩·신탁상품을 통해 각사 안팎으로 채권 돌려막기 거래를 벌인 것을 적발했다. 이들은 수익률을 높여 법인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이같은 거래를 자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랩과 신탁은 증권사가 투자자와 일대일 계약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는 금융상품이다. 여러 투자자의 돈을 모아 운용하는 펀드와 달리 위탁자 전용으로 단독 운용하는 게 특징이다.

이들 증권사는 단기간 내에 환매해줘야 하는 랩·신탁 계좌에도 유동성이 낮은 고금리 장기 채권이나 기업어음(CP)을 편입해 운용했다. 3개월 만기 상품에 3개월 만기 채권이 아니라 10년 만기 회사채를 넣는 식이다. 기업·기관이 돈을 찾아갈 땐 보유 채권을 매도하는 대신 신규 고객의 자금을 기존 고객에게 지급하는 식으로 만기 불일치를 해결했다. 사실상 투자금 ‘돌려막기’를 했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가 다른 증권사에 채권을 잠시 맡겨두는 ‘파킹 거래’, 타사에 개설한 자사 명의 신탁 계좌를 통해 가치가 폭락한 채권을 장부가로 사들이는 간접 자전거래 사례 등도 적발됐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같은 자전거래(돌려막기) 등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를 두고 증권사들은 ‘의도적으로 불법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 단순 관행이었다’고 주장해왔다. 이같은 방식으로 일시적으로 높아진 시장 변동성을 피하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도 크지않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당국은 랩 ·신탁을 확정금리형 상품처럼 판매·운용하고 환매시 원금과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부터가 불건전 영업행위였다고 보고 있다.

각 증권사에 대한 최종 징계 수위는 이르면 다음달에 확정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다음달 중 안건소위원회를 열어 징계안을 추가로 논의한 뒤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결론을 의결하기로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