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새해부터 대출을 늘리기 위해 가계대출 제한 조치를 속속 해제하고 있지만 유독 신용대출은 풀지 않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갈수록 커지자 담보대출보다 부실 위험이 높은 신용대출을 은행들이 꺼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은 모두 기존 가계대출 제한 조치를 새해부터 완화하기로 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의 문턱을 크게 낮춘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다음달 2일부터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리기로 했고, 국민은행은 동일한 주담대 한도에 아예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중단한 분양주택 전세대출도 속속 재개한다. 기존엔 하나은행만 분양주택에 전세대출을 내줬지만, 새해부터는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에서도 분양주택 대상 전세대출이 가능해진다.

반면 신용대출은 여전히 빌리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달 31일까지만 적용하기로 한 12개 신용대출 상품의 비대면 신청 차단 조치를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11월 5일 이후 지속해 온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비대면 신청 차단을 이달 23일부터 해제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하나은행도 11월 15일부터 주담대, 전세대출, 신용대출의 비대면 신청을 모두 차단하다가 이달 12일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비대면 신청을 재개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신용대출 빗장을 푸는 데 인색한 것은 신용대출의 급격한 증가가 은행의 건전성 유지와 주주환원 확대책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담보대출에 비해 부실 위험이 큰 신용대출 비중이 갑자기 높아지면 배당 등 주주환원 여력도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