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기업들이 자사 브랜드의 헌 옷을 사들여 재판매하는 리세일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빠르게 커지는 중고 패션 시장에 합류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30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패션 기업 LF는 내년 상반기 리세일 브랜드 플랫폼(중고마켓)을 연다. 이를 위해 브랜드 리세일 솔루션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마들렌메모리(릴레이)와 업무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릴레이는 패션 브랜드가 중고마켓을 도입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물류망 등을 제공한다. 각 브랜드가 운영 정책을 정하면 그 이후 모든 업무를 전담한다.

LF 전용 리세일 플랫폼이 개설되면 고객들은 이전에 구매한 LF 중고 제품을 판매해 LF몰 포인트로 받을 수 있다. 세탁·검수를 거친 중고 제품을 싼 가격에 사는 것도 가능하다. 릴레이 관계자는 “중고를 파는 고객들은 새로 살 제품을 이미 정해둔 경우가 많다”며 “패션 기업들은 포인트 보상 제도로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도 자체 브랜드 중고 거래 플랫폼인 오엘오 릴레이 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매입한 중고 의류는 2만5000벌, 이 중 판매된 양만 1만8000벌이 넘는다. 매입한 의류의 60%는 한 달 안에, 95%는 1년 이내에 팔렸다. 플랫폼을 론칭한 2022년엔 코오롱FnC의 일부 브랜드만 입점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브랜드 대부분이 리세일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중고 제품을 받는 식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번개장터, 당근마켓 등 범용 중고 거래 앱을 넘어 브랜드 전용 리세일 플랫폼이 세력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일반 중고 앱은 판매 과정이 번거롭다. 팔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흥정도 해야 한다. 브랜드 리세일 마켓은 심한 손상이 없을 경우 따지지 않고 의류를 매입한다. 기다릴 필요 없이 현금과 다름없는 포인트를 손에 쥘 수 있다는 얘기다. 구매자에게도 브랜드 리세일 플랫폼은 좋은 선택지다. 공식 브랜드 몰에서 위조 걱정 없이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서다.

아동복 브랜드 포레포레는 그린포레라는 리세일 전문 마켓을 따로 만들었다. 아동복은 특성상 사용 주기가 짧아 리세일 수요가 특히 크다. 자사 브랜드 아동복을 가져오면 포인트로 보상하고, 정가의 40% 수준으로 재판매한다. 자전거 의류 브랜드 NSR, 주얼리 브랜드인 스포어도 ‘바꿔쓰기’ 콘셉트로 리세일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해외에선 노스페이스, 뉴발란스, 룰루레몬 등 여러 브랜드가 브랜드 리세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