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일어난 다음날인 30일 증시에서 항공·여행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제주항공을 비롯해 저비용항공사(LCC) 대부분의 주가가 하락한 가운데 에어부산 등 사고 기종을 보유하지 않은 일부 종목만 상승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조사 과정에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항공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제주항공은 8.65% 떨어진 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 15.71%까지 급락했다가 이후 낙폭을 한 자릿수로 줄이며 마감했다. 개인(16억원)과 외국인(13억원)이 순매수세를 보였고 기관은 31억원어치가량을 순매도했다. 제주항공 모회사인 AK홀딩스는 12.12% 하락했다.

제주항공과 AK홀딩스 모두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사고 원인 규명 과정에서 과실이 드러나면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증권가에선 이날 제주항공 주가가 예상보다 잘 버텼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했지만 이 정도 참사에 낙폭이 한 자릿수에 그칠지는 몰랐다”며 “아직 사고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대규모 보험에 가입된 것이 알려지며 하락을 방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LCC는 사고 기종인 B737-800 보유 여부에 따라 주가 향방이 엇갈렸다. 티웨이항공과 진에어는 각각 3.23%, 2.83% 약세를 보였고, 이 항공기를 운영하지 않는 에어부산(3.14%)과 아시아나항공(2.16%)은 주가가 올랐다. 특히 에어부산은 장중 25.56%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종목별로 차별화 흐름이 나왔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투자에는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책당국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찾아내려면 최소 6개월, 현실적으로 1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불안정한 국내 정세 및 경기와 맞물려 항공 여객 수요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단기 전망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항공주뿐 아니라 여행주도 동반 하락했다. 사고 항공기 좌석을 여행사에서 선구매한 뒤 패키지 상품으로 재판매한 것으로 밝혀져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이날 참좋은여행은 5.59% 급락했고, 노랑풍선과 하나투어도 각각 2.02%, 2.16% 떨어졌다. 모두투어는 0.72% 하락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