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 이후 4년 만의 최저치를 찍은 ‘빚투’(빚내서 투자)가 다시 반등세다. 다만 국내 증시 회의론이 커진 상황에서 당분간 예전 같은 열기는 살아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국내 증시 신용융자잔액은 15조8194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8월 26일(15조7056억원) 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인 12일(15조1632억원)보다 6562억원 늘었다. 유가증권시장이 9조2532억원, 코스닥시장이 6조5662억원으로 12일 이후 각각 3315억원, 3247억원 증가했다.

신용융자잔액은 증권사에서 주식 투자를 위한 자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이다. 개인투자자의 투자 열기를 가늠하는 지표다. 종종 과한 수치를 보이면 대규모 반대매매를 촉발해 증시 침체 원인이 되기도 했다.

신용융자잔액은 올 들어 꾸준하게 17조원 이상을 유지했다. 8월 5일 ‘블랙먼데이’ 충격에 17조1268억원으로 줄어들기도 했지만 2주 만에 6913억원어치 늘어났다. 하지만 투자자 이탈이 누적된 지난달 18일 16조9469억원으로 급감했고, 계엄 사태 이후 혼란이 이어진 이달 10일엔 16조원 밑으로 쪼그라들었다.

최근 신용융자잔액이 다시 늘어나고 있지만 업계에선 당분간 예전 수준의 빚투 활황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빚내서까지 투자하던 열성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로 이탈한 지 오래”라고 말했다. 통상 빚투 감소는 지수 하락에 따른 반대매매와 함께 나타나지만 계엄 이후엔 연관성이 옅어지기도 했다. 4일 이후 반대매매 규모가 올해 하루평균(71억원)을 넘어선 날은 3거래일뿐이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