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약발 안 통해…美 장기채 ETF 어찌할꼬
금리 인하 기대에 올해 유망 투자처로 꼽히던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의 주가가 연저점으로 추락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9월 4년 반 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감세 정책 등이 국가 부채를 키워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전망이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 개미 몰렸는데…올해 12% 하락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0.7% 하락한 7815원에 거래를 마쳤다. Fed가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했음에도 4월 후 연저점을 새로 썼다. 이 ETF를 올해에만 4524억원어치 사들인 개인투자자는 수익률 -12.58%로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고배당으로 변동성을 줄여주는 커버드콜 전략을 사용한 ‘TIGER 미국30년국채커버드콜액티브(H)’ 역시 올해 개인 순매수 7287억원이 몰렸지만 2월 상장 후 6.38% 하락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미국 장기채 ETF 투심이 위축되는 추세다. ETF닷컴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 국채’(TLT)에서 이달에만 53억2174만달러(약 7조8336억원)어치가 순유출됐다. 월별 기준 올해 최대 순유출이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순유입된 금액(105억4659만달러)의 절반에 달하는 자금이 한 달 만에 빠져나갔다. 이 상품은 미 장기채 ETF 중 운용 규모가 가장 크다. 서학개미도 올 들어 2억1161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었는데도 미 장기채 ETF가 외면받는 것은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에 국채 금리가 급등(채권 가격 하락)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18일 내년 말 예상 금리를 9월 전망치인 3.4%에서 3.9%로 상향해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여파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4.6%대로 올라서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 내년에도 급등하긴 어려워

월가에서는 내년에도 금리 인하 기조가 지속되겠지만 미 장기채 ETF 수익률이 단기 반등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해 금리 인하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월가 투자은행(IB) 10곳 중 6곳이 내년 미국 기준금리 2~3회 인하를 예상했다. 미 장기채 ETF는 기준금리가 1%포인트 떨어지면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지만 인하폭이 크지 않아 예상보다 큰 수익을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미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내년에 더 큰 폭의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이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면 공격적 금리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이례적으로 파월 의장이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을 겨냥하며 고물가 우려를 제기한 것은 경고성 발언에 그칠 수 있다”며 “장기채 ETF 주가가 저점까지 떨어진 상황이어서 반등폭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단기채, 회사채 등으로 분산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 증시에서 지지부진한 장기채 ETF 대신 뭉칫돈이 몰린 곳은 회사채 ETF인 ‘재너스 핸더슨 AAA CLO’(JAAA)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 대출을 묶어 만든 자산담보부증권(CLO)에 투자하는 ETF로 최근 한 달 동안 약 10억516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담당 본부장은 “정부 재정 적자 부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 인하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기업 감세 정책으로 회사채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커 회사채 ETF 투자가 더 유망하다”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