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기업하기 힘든 나라
대한민국은 기업하기 힘든 나라다. 산업화로 50년 만에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각종 규제와 반기업 정서, 포퓰리즘으로 정상적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기업가정신이 도전받을 때 기업의 투자 의욕은 떨어지고 도전과 혁신 마인드는 실종된다.

기업의 해외 탈출 현상이 심각하다. 해외로 나간 국내 기업은 2023년 2816개에 달한 반면 국내 유턴 기업은 22개에 불과했다. 해외로 탈출한 기업의 국내 복귀(리쇼어링)를 위해 법인세 감면, 투자 보조금 지원 등 여러 가지 당근책을 썼지만 실적은 초라하다. 미국과 일본 등은 적극적인 리쇼어링 정책을 펴 성과를 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매년 400개 이상의 자국 기업이 본토로 돌아오도록 다양한 유인책을 제공한다. 일본 역시 매년 600∼700개 기업이 자국으로 복귀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5년간 108개 기업이 돌아왔지만 대기업은 현대모비스 등 4개에 불과하다.

한국과 미·일의 차이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여부에 기인한다. 과도한 기업 규제, 고용 경직성과 대립적 노사 관계, 높은 고용 비용이 한국 기업의 국내 유턴을 막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해외로 나간 기업의 96%가 국내 복귀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미국 최우선주의 노선이 강화될 전망이다. 국내 고용 창출, 공급망 안정 측면에서 기업 리쇼어링이 시급하다.

기업 규제 완화가 중요하다. 특히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과도하다. 주요 7개국(G7) 중 가장 강력한 대기업 규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규제 대상 대기업 집단이 1986년 32개에서 2024년 88개로 꾸준히 증가했다. 274개의 각종 규제를 받는다. 대기업 집단 편입 기준인 자산 5조원 이상도 개선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는 규제가 별로 없는 애플, 구글, GM 등과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한 손이 뒤로 묶인 채 싸우는 꼴이다. 1980년대의 시대 산물인 대기업 규제가 여전히 기업 활동을 옥죄고 있다. 반기업주의가 팽배하는 풍토에서 기업의 창의와 열정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규제 강도도 심해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상반기 전국 스타트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스타트업 규제 및 경영환경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64.3%가 규제로 인한 애로를 호소했다. 대상 기업의 37.7%가 한국이 미국, 중국, 일본 같은 경쟁국보다 스타트업 규제 수준이 높다고 응답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등 유관 기관 조사도 유사한 결과를 보여준다.

위대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세상이 달라지면 생각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는 기업을 고인물이 되게 한다.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든다. 혁신 의지를 약화시킨다. 당 태종 시대의 명신 왕규(王珪)는 격탁약청(激濁揚淸)을 역설했다. “탁한 것을 몰아내고 맑은 것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규제 혁파는 기업을 정체에서 혁신으로 견인한다. 과거의 구태를 벗어나는 촉매 역할을 수행한다. 규제 혁파가 한국 기업 성장의 마중물이라는 인식이 절실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24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기업 효율성은 67개 대상국 가운데 23위로 전년 대비 10단계 상승한 반면 정부 효율성은 38위에서 39위로 오히려 떨어졌다. 공공 부문 비효율이 기업의 성과를 깎아 먹는 양상이다. 진입 규제와 경쟁 제한으로 독과점 지위를 누리는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 공기업은 정부의 과잉 보호에 안주해 무기력한 거인으로 전락했고 재정 포퓰리즘의 선봉장 역할을 담당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은 “인류 문명의 위대한 업적은 정부기관에서 나오지 않았다”며 공공 부문의 낭비와 비효율을 엄중히 경고했다. 중국 경제가 저성장과 저고용으로 고전하는 배경에는 국유기업의 과잉 팽창이 자리 잡고 있다. 공공 부문은 비대해지고 민간 부문은 위축되는 국진민퇴(國進民退)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기업이 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한국호의 미래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