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요 배터리 제조사가 에너지 밀도를 한 단계 끌어올린 새로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내놓고 있다. ‘LFP는 가격은 싸지만 성능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기존 통념을 깨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배터리사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높인 중국 LFP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삼원계와의 격차 좁혀

30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BYD는 내년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를 출시할 예정이다. 블레이드 배터리는 BYD 전기차에 장착하는 자체 LFP 배터리다. BYD가 배터리 내 리튬이온이 더 손쉽게 이동하도록 하는 소재 혁신 등에 성공해 1세대보다 에너지 밀도를 10% 이상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능을 향상함에 따라 BYD 측은 배터리 가격을 15% 이상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면 투입하는 셀을 줄일 수 있어서다.
BYD '고밀도 LFP' 개발…韓 배터리 긴장
CATL도 비슷한 성능의 새로운 LFP 개발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CATL 영업팀이 고객사인 전기차 회사 등을 상대로 새로운 LFP를 주문하라고 홍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양사의 새로운 LFP는 부피(L)당 에너지 밀도가 550~560Wh(와트시)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3~4년 전 300~400Wh에서 성능을 빠르게 높였다고 평가받는다. 국내 삼원계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650~700Wh인 점을 고려하면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전기차 시장 부진으로 글로벌 전기차 회사들이 좀 더 싼 배터리를 찾는 상황에서 두 중국 회사가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엔 삼원계가 승자 될 것”


LFP 시장에서 중국 회사들을 한발 뒤에서 쫓고 있는 국내 업체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 처했다. 내년부터 전기차용 LFP를 양산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500Wh/L 수준의 배터리를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SK온과 삼성SDI는 2026년부터 LFP를 양산할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사는 공정 혁신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배터리 3사는 차세대 공정인 ‘건식공정’이 LFP 부문에서의 열세를 단숨에 뒤집을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존 습식공정 대비 생산 비용을 30% 이상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국내 배터리사는 중장기적으로는 삼원계 배터리 투자를 오히려 늘리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LFP는 저가 전기차 라인과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공급하고, 고성능 전기차용으로는 삼원계를 주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이 적용된 자율주행차 등이 주도하는 ‘전기차 2.0 시대’가 오면 삼원계 배터리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향후 전기차 AI가 상용화하고 차 내에서 영화를 보거나 게임까지 하는 시대가 오면 전기차 전력 사용량은 급격히 늘어난다. 현재보다 최소 50% 이상의 전력이 필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저가 소재인 LFP로는 이 모든 에너지를 담당하는 데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는 게 국내 업체들의 관측이다. 국내 업체들이 삼원계 배터리의 니켈 비중을 높인 울트라 하이니켈 기술, 새로운 폼팩터인 46시리즈에 추가 투자를 이어가려는 이유다. 한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K배터리 제2의 호황은 자율주행 기술 등이 얼마나 빨리 상용화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