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른 국내 과수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관련 산업 투자를 확대한다.

필리핀 바나나 '30% 관세' 철폐…국내 과수농가 첨단화 지원
3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필리핀 FTA가 31일 발효되면 한국은 필리핀으로부터 수입하는 전체 품목 중 94.8%의 관세를 철폐한다. 필리핀도 이날부터 한국에 대해 96.5%의 관세를 없앤다.

이에 따라 필리핀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자동차 관세가 즉시 철폐되는 등 필리핀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공식품(5~10%), 인삼·고추·고등어(각 5%), 배(7%) 등도 15년 내 관세가 사라져 한국 주요 농·수산물의 시장 경쟁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업계는 필리핀산 농식품이 저렴한 가격에 국내로 들어오면서 국내 농업계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한·필리핀 FTA 발효 이후 15년간 국내 농업 생산이 1426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리핀의 핵심 수출 품목인 바나나(30%)의 경우 ‘일정 수입 물량 초과 시 관세를 재부과한다’는 조건으로 5년 내 관세가 철폐된다. 저렴한 필리핀산 바나나가 들어오면 다른 과일 수요가 줄면서 국내 과실 생산액이 감소할 수 있다.

농식품부는 향후 10년간 농업계 투·융자를 1469억원 순증해 피해 규모를 줄일 계획이다. 국내 과일류 피해 예상액을 웃도는 규모다. 늘어나는 투·융자 금액은 △생산 규모화·스마트화 사업 △농업재해보험 △농식품 바우처 △ 수출 확대 등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정부는 특히 ‘과수고품질시설현대화’ 사업 지원 대상이 국내 과수원의 수출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수원의 관수·관비 시설 등 고품질 생산을 위한 시설과 재해 예방 시설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기존에는 한·미 FTA가 발표된 2012년 3월 15일 이전에 조성된 과수원만 대상으로 했는데, 한·필리핀 FTA 발효일인 31일 이전에 조성된 과수원으로 대폭 확대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원 대상이 확대되면 과수 농가의 생산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며 “특히 강원도 등 사과 신규 산지 과수원의 현대화가 기대된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