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정부가 1월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하자 전국 주요 지방자치단체가 연말연시 축제를 취소하거나 축소하기로 했다. 당초 역대급 행사를 예고한 서울 종로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식도 인기 가수 공연과 퍼포먼스 없이 최소 규모로 열린다.

서울시는 30일 오세훈 시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이같이 발표했다. 대표적 연말 행사인 제야의 종 타종식은 차분한 분위기로 이뤄질 전망이다. 당초 시민에게 무료 배부한 LED(발광다이오드) 팔찌를 활용해 ‘픽스몹’(pixmob·무선으로 LED 팔찌의 빛을 제어하는 기술) 퍼포먼스를 펼치고 하늘 높이 빛을 쏘아 올리는 ‘빛의 타워’, 종소리 잔향과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사운드 스케이프’ 등을 준비했으나 모두 취소했다. 다만 지름 30m ‘자정의 태양’은 예정대로 띄운다. 타종은 오 시장과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이 불참한 가운데 시민 11명으로 진행한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일대에 3500여 팀 해외 인플루언서가 모이는 대형 송년 행사 ‘서울콘’도 이날부터 전격 취소됐다. e스포츠 행사와 인플루언서 네트워킹 파티는 물론이고 래퍼 다이나믹듀오, 지코, 창모 등이 31일 저녁부터 1일 새벽까지 공연하며 새해 카운트다운을 하는 ‘월드케이팝 페스티벌·카운트다운’도 없는 일이 됐다.

31일 밤 12시 예정된 광화문 카운트다운 행사는 조명과 소리 없이 영상만 상영한다. 광화문을 미디어 파사드로 활용하는 ‘서울라이트 광화문’ 등 역시 애도 문구만 표출한다.

자치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랑구, 은평구, 마포구, 구로구, 광진구, 강북구 등은 모두 해맞이 행사를 취소했다. 도봉구는 축제를 취소하고 합동 분향소를 꾸렸다. 한 구청 관계자는 “경기 악화에 12·3 계엄 여파 등으로 축제 예산이 많이 깎였는데 참사 이후엔 아예 제로가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올해부터 수원시 서장대를 시작으로 순회 방식으로 도내 각 시·군에서 열기로 한 해맞이 행사를 취소했다. 수원시의 제야 타종 행사, 떡국 나눔과 고양시에서 매년 해온 행주산성 해맞이 행사도 열리지 않는다. 화성시는 3일 예정된 특례시 출범식을 미루고 시청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전남 무안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1월 5일 0시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했다. 이 기간 지자체 등은 대규모 축제와 공연을 미루거나 취소할 수 있다. 연말 시상식, 콘서트 등도 취소 또는 연기되고 있다. SBS·MBC 연예대상은 모두 취소됐고 KBS 개그콘서트는 결방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