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안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으로 편성된 예비비를 일부 투입하기로 했다. 당장 가용할 수 있는 예비비는 3800억원이다. 이번 사태 수습·대응에는 충분하지만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재해·재난 대비를 위해 예비비 추가 확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번 참사로 전남 무안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됨에 따라 무안군이 예산 지원을 요청하는 대로 신속하게 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재원은 각 부처 예산으로 편성된 재난재해대책비와 행정안전부가 지방에 내려보내는 재난안전특별교부세를 우선 활용하되 목적예비비도 일부 투입할 방침이다. 예비비는 예상 밖의 지출 또는 초과 지출을 충당하기 위한 ‘정부 비상금’이다. 이 중 재해·재난 등에 쓰이는 목적예비비를 사용할 계획이다. 통상 예비비는 지원 요청이 들어온 연도를 기준으로 집행된다. 본격적인 지원 요청은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 내년 예비비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내년 목적예비비는 1조6000억원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일방적으로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정부 원안 대비 1조원이 삭감됐다. 더욱이 목적예비비 중 1조2200억원은 민주당이 내건 부대조건에 따라 고교 무상교육과 5세 무상교육에 우선 배정될 예정이다. 재해·재난 대응에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3800억원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 수습·대응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안군 관내 모든 지역이나 주민이 피해를 본 것은 아니어서 현 예비비 예산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