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저비용항공사(LCC)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30일 서울 김포공항에서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이솔 기자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저비용항공사(LCC)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30일 서울 김포공항에서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이솔 기자
국토교통부가 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79명의 사망자를 낸 제주항공 사고기 기종(보잉 737-800)을 전수 특별점검한다. 같은 기종이 노르웨이와 김포공항에서 연이어 랜딩기어(착륙 장치) 이상으로 회항하는 등 불안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국토부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무안 여객기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사고 기체인 보잉 737-800 기종 101대에 대해 국내 항공사를 상대로 우선 특별점검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고기인 보잉 737-800은 제주항공이 39대를 보유하는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가장 많이 운용하는 기체다.

대형 참사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무안공항 활주로 종단 안전구역 끝에서 약 264m 거리에 있는 콘크리트 보강 언덕 형태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사고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했다. 당초 공항 외벽에 부딪힌 것으로 알려진 항공기는 외벽 직전에 설치된 콘크리트 언덕과 충돌해 대형 폭발을 일으킨 것으로 파악됐다.

항공사 전반 '포비아' 확산
김포서 뜬 제주항공 여객기 회항…제주항공 무리한 가동률 '도마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후폭풍이 확산하고 있다. 사고 기종인 보잉 B737-800 항공기(제주항공 소속)가 또다시 랜딩기어(비행기 바퀴 등 이착륙에 필요한 장치) 이상으로 회항한 탓이다. 이 기종을 보유한 항공사가 거의 대부분 저비용항공사(LCC)인 데다 국내 LCC의 월평균 운항시간이 대한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보다 많게는 17.7% 긴 반면 정비인력은 훨씬 적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여객기 포비아’가 전체 LCC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랜딩기어 문제로 또다시 회항

참사 하루만에 제주항공 랜딩기어 또 고장…'LCC 불안감' 커져
항공업계에 따르면 30일 오전 6시37분 김포공항에서 제주도로 출발한 제주항공 7C101편이 이륙 직후 랜딩기어에서 이상이 발견돼 출발 50분 만에 다시 김포공항으로 돌아갔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오전 6시57분께 랜딩기어에 이상 신호가 감지돼 기장이 지상통제센터와 교신했다”며 “이후 정상 작동했지만 기장이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회항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항한 항공편은 전날 사고가 난 기종과 같은 보잉 B737-800이다. 국내 항공사가 운영하는 101대 중 99대를 LCC가 보유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39대로 가장 많고 티웨이항공(27대) 진에어(19대) 이스타항공(10대) 등도 여러 대를 갖고 있다. FSC 중에는 대한항공만 2대 운영하고 있다.

사고 기종과 똑같은 항공기에서 또다시 랜딩기어 문제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해당 항공기 기피 현상이 소비자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날 노르웨이를 출발해 네덜란드로 가던 같은 기종의 KLM 여객기가 유압장치 문제 등으로 비상 착륙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회항한 항공편에 탑승한 161명 중 21명은 불안하다는 이유 등으로 탑승을 포기했다.

○정비인력 적고 가동률은 높아

LCC의 운항시간이 FSC보다 긴 반면 정비인력은 적다는 사실도 LCC 기피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제주항공의) 항공기 가동률이 높은 것은 통계로 확인된다”고 했다. 제주항공의 지난 3분기 여객기 1대당 월평균 운항시간은 418시간으로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400시간을 넘겼다. 티웨이항공(386시간) 진에어(371시간)도 대한항공(355시간)과 아시아나항공(355시간)보다 길었다.

국내 및 동남아시아 등 중·단거리 노선이 대부분인 LCC의 운항시간이 미국·유럽 등 장거리 노선이 주력인 FSC보다 길다는 건 그만큼 자주 비행기를 띄웠다는 걸 의미한다. 진에어의 올해 1~11월 항공기 대당 운송여객은 37만3000명으로, 같은 기간 대한항공의 대당 운송여객(13만6000명)의 세 배에 달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들이 보유한 항공기가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이·착륙했다는 의미”라며 “운항 거리가 짧으면 이·착륙에 따른 충격을 더 많이 받는 만큼 정비도 더 자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LCC들이 확보한 항공기 1대당 정비사는 국토부가 권고한 최소 기준(12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달 말 기준 LCC들의 항공기 1대당 정비사는 제주항공 11.1명, 티웨이항공 10.4명, 진에어 9.3명, 에어부산 7.5명, 에어서울 6.4명 등으로 대한항공(16.5명)과 아시아나항공(16명)에 크게 못 미쳤다.

LCC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경기 침체와 고환율,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항공 수요 감소를 걱정하던 마당에 초대형 악재가 더해졌다”며 “LCC도 안전하다는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라고 했다.

유오상/김재후/김진원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