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도 폭풍 영입…"인재이탈 막을 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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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인재 빼가는 美 반도체기업
삼성·SK 출신 500명 이상 추정
삼성·SK 출신 500명 이상 추정
세계 3위 메모리 기업인 마이크론에 몸담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은 링크트인에 경력을 공개한 사람 기준으로 315명이다. 경력을 공개하지 않은 사람을 감안한 실제 이직자는 500명 이상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이 숫자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게 뻔하다. 마이크론이 한국 메모리 기업이 90% 이상을 장악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잡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엔지니어를 상대로 공격적인 영입 작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최근 몇 주간 경기 판교 일대 호텔 등지에서 한국 기업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이크론의 경력 면접이 이어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마이크론은 자사 최대 D램 생산 기지이자 HBM 라인을 늘리고 있는 대만 공장에서 일할 인력을 모집 중이다. 링크트인을 통해 대만 헤드헌터가 한국 엔지니어들에게 제안한 직무 조건에 HBM과 HBM 제작에 필요한 핵심 기술인 최첨단 패키징 인력이 첫손에 꼽힌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은 연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원천징수 기준 10∼20% 임금 인상, 거주비 지원 등을 내걸었다.
상당수 한국 엔지니어는 향후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있는 본사 근무나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의 연구개발(R&D) 법인에서 근무할 것을 염두에 두고 마이크론의 제안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범용 D램·낸드플래시 업황 악화로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의 성과급을 받게 된 일부 한국 기업의 엔지니어들이 이직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선 최근 2~3년간 인텔, 퀄컴 등으로 이직하는 반도체 엔지니어가 꾸준히 늘었다. 최근엔 구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의 레이더망에도 한국 반도체 엔지니어가 포함됐다. 빅테크들이 직접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에 나서면서 설계나 파운드리에 정통한 반도체 엔지니어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한국 엔지니어 빼가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R&D 경쟁력이 떨어질 게 뻔하지만, 그렇다고 이직을 막을 별다른 방법이 없어서다. 정부는 지난 5월 각 기업이 ‘국가전략기술 전문인력’을 지정하고 이런 인력에 대해선 ‘해외 동종 업종으로의 이직 제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지만 퇴직한 뒤 경쟁사로 이직하는 것까지 기업이 관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이 숫자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게 뻔하다. 마이크론이 한국 메모리 기업이 90% 이상을 장악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잡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엔지니어를 상대로 공격적인 영입 작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최근 몇 주간 경기 판교 일대 호텔 등지에서 한국 기업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이크론의 경력 면접이 이어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마이크론은 자사 최대 D램 생산 기지이자 HBM 라인을 늘리고 있는 대만 공장에서 일할 인력을 모집 중이다. 링크트인을 통해 대만 헤드헌터가 한국 엔지니어들에게 제안한 직무 조건에 HBM과 HBM 제작에 필요한 핵심 기술인 최첨단 패키징 인력이 첫손에 꼽힌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은 연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원천징수 기준 10∼20% 임금 인상, 거주비 지원 등을 내걸었다.
상당수 한국 엔지니어는 향후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있는 본사 근무나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의 연구개발(R&D) 법인에서 근무할 것을 염두에 두고 마이크론의 제안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범용 D램·낸드플래시 업황 악화로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의 성과급을 받게 된 일부 한국 기업의 엔지니어들이 이직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선 최근 2~3년간 인텔, 퀄컴 등으로 이직하는 반도체 엔지니어가 꾸준히 늘었다. 최근엔 구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의 레이더망에도 한국 반도체 엔지니어가 포함됐다. 빅테크들이 직접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에 나서면서 설계나 파운드리에 정통한 반도체 엔지니어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한국 엔지니어 빼가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R&D 경쟁력이 떨어질 게 뻔하지만, 그렇다고 이직을 막을 별다른 방법이 없어서다. 정부는 지난 5월 각 기업이 ‘국가전략기술 전문인력’을 지정하고 이런 인력에 대해선 ‘해외 동종 업종으로의 이직 제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지만 퇴직한 뒤 경쟁사로 이직하는 것까지 기업이 관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