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돌 후 파손된 로컬라이저 안테나 >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항공기 폭발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는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동그라미 부분)와 지지대용 콘크리트 더미가 파손된 채 널브러져 있다. 로컬라이저는 공항의 활주로 진입을 돕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안테나다. /연합뉴스
< 충돌 후 파손된 로컬라이저 안테나 >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항공기 폭발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는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동그라미 부분)와 지지대용 콘크리트 더미가 파손된 채 널브러져 있다. 로컬라이저는 공항의 활주로 진입을 돕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안테나다. /연합뉴스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외곽 콘크리트 보강 언덕 형태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제주항공 참사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확산하고 있다. 당초 공항 외벽을 충돌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항공기가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활주로를 벗어나 강력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들이받고 폭발했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구조물 없었다면 폭발까진 안 갔다’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무안공항은 활주로 종단 안전 구역 외곽의 활주로 끝단 264m 지점에 방위각 시설이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로컬라이저는 공항 활주로 진입을 돕는 안테나 설비다.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항공기는 북에서 남으로 진입하다가 총 2800m 길이의 활주로 약 3분의 1 지점(920m)에 동체 착륙했다. 미끄러지던 동체는 활주로와 착륙대(활주로 외곽)를 차례로 지나 잔디밭에 들어선 뒤 흙으로 둘러싸인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이며 폭발했다.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설비가 지상 2m 높이 콘크리트 위에 설치된 것이 피해를 키웠다는 게 항공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인규 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 원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동체가 둔덕에 부딪쳐 매우 큰 충돌이 일어났고 동강 나 바로 화재가 발생했다”며 “활주로 끝에 이런 높이의 둔덕은 어느 공항에서도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공항에서 로컬라이저는 평지에 마련된다. 무안공항에서도 평지에 있었다면 충돌 없이 항공기가 더 미끄러질 수 있었고, 블록으로 이뤄진 공항 외벽에 도달했더라도 큰 폭발은 없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제민항기구(ICAO) 규정과 국토부 항공장애물 지침에 따라 로컬라이저 등 항공기 계기착륙시설(ILS)은 충돌 시 충격을 흡수하는 ‘부서지기 쉬운’ 재질이어야 한다. 2022년 필리핀 세부국제공항 대한항공 오버런 사고에서 항공기 동체가 평지에 설치된 로컬라이저에 부딪혔지만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영국 항공안전 전문가인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제주항공) 동체 착륙 당시 항공기는 안정적이었다”며 “거기에 벽이 있는 것은 범죄에 가깝다”고 했다.

이에 국토부는 “여수공항과 청주공항, 로스앤젤레스공항 등에도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방위각 시설이 있다”고 반박했다. 콘크리트 기단에 올린 근거 규정과 관련해선 “찾아서 공개하겠다”고 답했다.

○조류 퇴치 인력은 단 한 명

철새 도래지로 둘러싸인 무안공항에 애초 조류 대비 시스템이 미흡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무안공항은 사고 1주일여 전 조류충돌예방위원회를 열었지만 별다른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다른 공항에 대부분 구비된 조류 레이더와 열화상탐지기조차 없었다. 조류 퇴치 인력도 사고 당일 단 한 명만 근무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무안공항에선) 주중에는 2명, 주말엔 1명이 활동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사고기 기장은 오전 8시57분 관제탑의 ‘조류 활동 주의’ 경고를 받은 지 2분이 지나 조난 신호인 ‘메이데이’를 세 번 선언한 뒤 “버드 스크라이크, 버드 스트라이크, 버드 스트라이크, 고잉 어라운드”라고 통보했다. 조류 충돌로 다시 착륙하겠다는 의미다. 이후 180도 선회해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로컬라이저 외벽과 충돌했다.

착륙 과정에서 랜딩기어와 날개에 달린 플랩, 역추진 장치 등 제동에 필요한 세 장치가 모두 작동하지 않은 것에 대해 국토부는 ‘전원 셧다운’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고 영상만으로 작동 여부를 완전히 확인할 순 없어 사고 관제사와의 추가 면담, 비행기록장치(블랙박스) 복원을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로컬라이저

localizer. 항공기가 활주로 중앙으로 정렬하게 도와주는 설비. 방위각 시설, 수평 안내 시스템이라고도 한다. 활주로와 수직을 이루도록 설치된 안테나에서 전파를 보내면 항공기가 이 전파를 수신해 수평으로 정렬할 수 있다.

안정훈/유오상/김대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