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중독자에 LGBT까지…희비 갈린 오겜2 ‘신 스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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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시즌2’ 캐릭터도 화제
마약중독자 연기한 탑, 연기력 혹평
대마초 전과 조명되며 미스 캐스팅 지적도
트랜스젠더 맡은 박성훈은 연기력 호평
‘탈 PC주의’ 분위기 속 흥행 영향력은 미지수
마약중독자 연기한 탑, 연기력 혹평
대마초 전과 조명되며 미스 캐스팅 지적도
트랜스젠더 맡은 박성훈은 연기력 호평
‘탈 PC주의’ 분위기 속 흥행 영향력은 미지수
“날카로움(edge)을 잃었다”는 혹평 속에서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가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31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순위집계 플랫폼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게임2’는 전날 기준으로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에 올랐다. 미국, 일본 등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모든 나라(93개국)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츠에 이름을 올렸다.
‘메가 히트작’인 시즌1의 후광효과에 더해 시즌2는 더 깊고 강렬한 서사를 풀어낼 것이란 기대감이 만든 결과다. 그만큼 새롭고 독특한 캐릭터가 대거 등장했다. 이정재(기훈·456번)와 이병헌(프론트맨·001번) ‘투톱’을 중심으로 이진욱(경석·246번), 양동근(용식·7번), 임시완(명기·333번), 강하늘(대호·388번), 강애심(금자·149번), 박규영(노을) 등이다.
가장 돋보이는 건 그룹 빅뱅 출신의 가수 탑(타노스·230)과 박성훈(현주·120번)이다. 마약 중독자와 트랜스젠더라는, 기존 국내 영화·드라마에선 볼 수 없던 캐릭터를 맡았기 때문. ‘오징어게임2’가 이런 이슈에 조금 더 익숙한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을 타깃 삼아 제작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황동혁 감독이 뚝심 있게 밀어붙인 약쟁이 래퍼와 군인 출신 성소수자는 과연 게임에 참여할 자격이 있을까. “놉, 약하면 저러지 않아.”
연기력이 부족한데 유독 자주 보이거나, 과한 설정이 부여된 경우 고통받는 건 관객의 몫이다. 극장에 걸린 영화는 러닝타임을 마칠 때까지 중도퇴장이 쉽지 않지만, TV나 스마트폰으로 보는 OTT 시리즈는 언제든지 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오징어게임2’ 흥행의 가장 큰 내부의 적은 타노스다. 황동혁 감독이 최근 미국 매체 피플과의 인터뷰에서 “그의 연기에 감동 받았다”고 칭찬한 것과 달리, 국내외 언론은 탑의 연기력이 대체로 낙제점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렸다. 시즌1에서 허성태가 연기한 장덕수에 버금가는 시즌2 메인 빌런이지만, 어색한 대사와 표정 연기가 몰입을 해친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배우가 배역과 지나치게 잘 어울린다는 점은 더 큰 논란거리다. 극 중 유명 래퍼인 타노스에 마약 중독자란 설정이 붙으면서다. 탑은 대마초를 한 혐의로 징역형을 받으며 한동안 연예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황동혁 감독이 지난 8월 기자간담회에서 “물의를 일으켰지만 복귀하는 분들도 있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지만, 마약 전과가 있는 배우가 극 중 “약을 하면 저러지 않는다”며 직접 마약을 하는 모습은 다소 과한 연출이란 지적이 나왔다.
황동혁 감독이 작품을 통해 가상화폐(코인) 열풍, 미혼모의 고립 같은 사회적 폐해를 다루는 맥락에서 마약중독자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도 있다. 넷플릭스 주요 시장인 미국에선 대마초가 합법인 지역이 있고, 아이언맨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인기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젊은 시절 마약 중독으로 복역했다가 복귀한 전력이 있다. 다만 한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최근 마약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커지는 상황에서 굳이 마약 전력이 있고, 연기도 오래 쉰 배우를 캐스팅했어야 하는 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저는 믿어요. 우리가 해낼 수 있다는걸.”
반면 트랜스젠더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게임에 참가한 현주 역을 맡은 박성훈에겐 ‘신 스틸러’란 평가가 따라붙었다. 극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가장 입체성이 두드러지는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초반 주변의 시선에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 현주는 후반으로 갈수록 이타적이고 주도적인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 특전사 출신인 설정은 실제 육군 부사관으로 복무하던 도중 성전환 수술로 강제 전역 처분을 받은 고 변희수 전 하사를 떠올리게 한다. 시즌1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차별받았던 알리와 비견되는 현주를 두고 “가장 핍박받고 소외되면서도 아비규환의 세상 속에서 인간의 무언가를 지켜가는 인물”이라고 밝힌 황동혁 감독의 의도가 박성훈을 통해 잘 드러난 것이다.
다만 동성애, 양성애, 성전환자 등 성소수자를 일컫는 ‘LGBT’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글로벌 흥행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징어게임2’ 제작이 결정된 3년 전과 달리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주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백인 주인공을 흑인이나 라틴계로 바꾸고, 작품 곳곳에 동성애 코드를 집어넣은 디즈니와 마블의 최근 작품들이 연달아 흥행에 부진한 게 대표적.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이 된 첫날부터 트랜스젠더 광기를 멈추겠다”고 밝히면서 콘텐츠시장에도 ‘탈(脫)PC주의’ 흐름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징어게임 시즌3’에서 현주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셈이다.
유승목 기자
‘메가 히트작’인 시즌1의 후광효과에 더해 시즌2는 더 깊고 강렬한 서사를 풀어낼 것이란 기대감이 만든 결과다. 그만큼 새롭고 독특한 캐릭터가 대거 등장했다. 이정재(기훈·456번)와 이병헌(프론트맨·001번) ‘투톱’을 중심으로 이진욱(경석·246번), 양동근(용식·7번), 임시완(명기·333번), 강하늘(대호·388번), 강애심(금자·149번), 박규영(노을) 등이다.
가장 돋보이는 건 그룹 빅뱅 출신의 가수 탑(타노스·230)과 박성훈(현주·120번)이다. 마약 중독자와 트랜스젠더라는, 기존 국내 영화·드라마에선 볼 수 없던 캐릭터를 맡았기 때문. ‘오징어게임2’가 이런 이슈에 조금 더 익숙한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을 타깃 삼아 제작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황동혁 감독이 뚝심 있게 밀어붙인 약쟁이 래퍼와 군인 출신 성소수자는 과연 게임에 참여할 자격이 있을까. “놉, 약하면 저러지 않아.”
연기력이 부족한데 유독 자주 보이거나, 과한 설정이 부여된 경우 고통받는 건 관객의 몫이다. 극장에 걸린 영화는 러닝타임을 마칠 때까지 중도퇴장이 쉽지 않지만, TV나 스마트폰으로 보는 OTT 시리즈는 언제든지 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오징어게임2’ 흥행의 가장 큰 내부의 적은 타노스다. 황동혁 감독이 최근 미국 매체 피플과의 인터뷰에서 “그의 연기에 감동 받았다”고 칭찬한 것과 달리, 국내외 언론은 탑의 연기력이 대체로 낙제점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렸다. 시즌1에서 허성태가 연기한 장덕수에 버금가는 시즌2 메인 빌런이지만, 어색한 대사와 표정 연기가 몰입을 해친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배우가 배역과 지나치게 잘 어울린다는 점은 더 큰 논란거리다. 극 중 유명 래퍼인 타노스에 마약 중독자란 설정이 붙으면서다. 탑은 대마초를 한 혐의로 징역형을 받으며 한동안 연예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황동혁 감독이 지난 8월 기자간담회에서 “물의를 일으켰지만 복귀하는 분들도 있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지만, 마약 전과가 있는 배우가 극 중 “약을 하면 저러지 않는다”며 직접 마약을 하는 모습은 다소 과한 연출이란 지적이 나왔다.
황동혁 감독이 작품을 통해 가상화폐(코인) 열풍, 미혼모의 고립 같은 사회적 폐해를 다루는 맥락에서 마약중독자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도 있다. 넷플릭스 주요 시장인 미국에선 대마초가 합법인 지역이 있고, 아이언맨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인기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젊은 시절 마약 중독으로 복역했다가 복귀한 전력이 있다. 다만 한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최근 마약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커지는 상황에서 굳이 마약 전력이 있고, 연기도 오래 쉰 배우를 캐스팅했어야 하는 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저는 믿어요. 우리가 해낼 수 있다는걸.”
반면 트랜스젠더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게임에 참가한 현주 역을 맡은 박성훈에겐 ‘신 스틸러’란 평가가 따라붙었다. 극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가장 입체성이 두드러지는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초반 주변의 시선에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 현주는 후반으로 갈수록 이타적이고 주도적인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 특전사 출신인 설정은 실제 육군 부사관으로 복무하던 도중 성전환 수술로 강제 전역 처분을 받은 고 변희수 전 하사를 떠올리게 한다. 시즌1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차별받았던 알리와 비견되는 현주를 두고 “가장 핍박받고 소외되면서도 아비규환의 세상 속에서 인간의 무언가를 지켜가는 인물”이라고 밝힌 황동혁 감독의 의도가 박성훈을 통해 잘 드러난 것이다.
다만 동성애, 양성애, 성전환자 등 성소수자를 일컫는 ‘LGBT’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글로벌 흥행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징어게임2’ 제작이 결정된 3년 전과 달리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주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백인 주인공을 흑인이나 라틴계로 바꾸고, 작품 곳곳에 동성애 코드를 집어넣은 디즈니와 마블의 최근 작품들이 연달아 흥행에 부진한 게 대표적.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이 된 첫날부터 트랜스젠더 광기를 멈추겠다”고 밝히면서 콘텐츠시장에도 ‘탈(脫)PC주의’ 흐름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징어게임 시즌3’에서 현주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셈이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