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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짓고도 주인을 찾지 못한 새 아파트가 16개월째 늘어나고 있다.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되며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미분양 물량이 다소 진정세를 보인 대구와 경북에서 악성 미분양이 한달 새 세 자릿수 증가하는 등 침체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146가구로 지난 10월 대비 1%(690가구) 감소했다. 수도권에선 인천이 6.7% 감소한 반면, 서울과 경기에선 각각 1.5%, 7.7% 소폭 증가했다. 지방 미분양 물량은 지난 10월(5만1888가구) 대비 1236가구 줄어들며 2.4% 감소를 기록했다. 전국 미분양 물량은 지난 6월 7만4037가구까지 증가한 뒤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감소 중인 전체 미분양 물량과 달리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오히려 늘고 있다.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지난 11월 기준 1만8644가구로, 지난 10월(1만8307가구) 대비 1.8% 증가했다. 수도권은 3842가구로 전월 대비 1가구 줄었는데, 서울에서 한달 새 80가구가 늘어난 603가구를 기록하며 15.3%의 증가율을 보였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4802가구로 지난 10월(1만4464가구) 대비 2.3% 증가했다. 대구가 한달 새 233가구 늘어난 1812가구를 기록하며 전국에서 가장 많이 증가했고, 뒤를 이어 경북(123가구 증가), 충북(81가구 증가) 순으로 늘었다. 반면, 부산은 1692가구로 지난 10월(1744가구)보다 52가구 줄어들며 전국에서 가장 감소 폭이 컸다.

업계에선 분양가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가 연말 시장 심리 위축이 심화하며 악성 미분양이 더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지방 시장이 대출 규제 강화로 심리가 더 얼어붙었다”며 “일부 단지가 후분양으로 전환했지만, 악성 미분양 증가로 이어지는 등 시장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축된 부동산 시장 심리는 거래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1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는 4만9114건으로 지난 10월(5만6579건) 대비 13.2%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서 12.9%, 비수도권에서 13.4% 감소했다. 전국 매매거래량이 5만건 이하로 감소한 건 지난 2월 이후 9개월만이다. 다만,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는 지난달 1620건이 거래됐는데, 지난 10월(1421건) 대비 14.0% 급증하며 온도 차를 보였다.

전월세 거래는 지난 11월 19만1172건을 기록해 지난 10월(21만1218건)보다 9.5% 줄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12만7494건으로 전월(14만2971건) 대비 10.8% 감소했고, 지방 역시 같은 기간 6만8247건에서 6만3678건으로 6.7% 줄었다.

주택 공급을 가늠할 수 있는 인허가, 준공 물량은 지난해보다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 주택 인허가 물량은 올 11월 누적 기준 27만3121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33만1263가구)보다 17.6% 감소했다. 다만, 국토부는 최종 행정절차가 남은 13만 가구 규모 공공주택을 감안했을 때 지난해 전체 실적(42만9000가구)을 올해 뛰어 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착공 물량은 11월 누계 기준 23만9894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19만7611가구) 대비 21.4% 증가했다.

분양과 준공 실적도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전국 11월 누계 분양 물량은 21만1726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16만3509가구)보다 29.5% 증가했고, 준공 물량도 40만3908가구로 지난해(38만4891가구)보다 4.9% 증가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