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 집 마련을 계획 중인 무주택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탄핵 정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등에 따른 대내외 불확실성과 금리 인하 속도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적지 않아서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가 추가로 이뤄져도 대출금리는 크게 변하지 않을 수 있어 매매 시기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상가와 지식산업센터 등 수익형 부동산은 경기 침체로 임차 수요가 회복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서울을 중심으로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분양시장은 올해도 지역 간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는 신중해야…임차 수익 원하면 경매·급매 노려볼 만"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은행이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총 0.5%포인트 인하하며 국내 기준금리는 연 3.0%를 유지 중이다. 올해 추가 금리 인하가 예상되지만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크게 내리지 않고 있어서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기준금리가 2~3번 인하된다고 하더라도 대출금리는 많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주택 구입을 고려한다면 올해는 연 3.5~3.9%대면 적정한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입주 물량이 감소하며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전세 수요자는 올해 가을 이사철을 피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부동산 R114에 따르면 올해 경기와 인천 준공 아파트는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4만6536가구, 7102가구 줄어든다. 서울은 같은 기간 4462가구 늘어날 예정이다. 경기 지역이 전세 물량 급감으로 수도권 전세 시장 전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가을 이사철에 해당하는 9~10월 수도권 물량(8790가구)이 연중 가장 적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9~10월 전후로 임대차 가격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분양시장에서는 서울 강남과 경기 주요 택지지구 위주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페를라’, ‘래미안 트리니원’과 동작구 ‘서반포 써밋더힐’ 등이 주요 단지로 꼽힌다. 수도권 3기 신도시 분양도 본격화한다. 고양창릉(1700가구), 하남교산(1100가구), 부천대장(1900가구), 남양주왕숙(2100가구) 등에서 본청약이 예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속에서도 수익형 부동산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침체에 따라 임차 수요가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상가는 자영업자가 임차인이기 때문에 경기 변동 영향을 많이 받는데 코로나19 기간 때 받은 대출 만기 시점도 돌아오는 상황”이라며 “지식산업센터는 대출이 확 줄어들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주거용 오피스텔은 월세 상승으로 임대료 수익률이 개선되는 분위기다.

윤 위원은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오피스텔을 매매하는 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면서도 “임차 수익을 원한다면 경매나 급매로 나오는 저가 매물을 노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오피스텔 수익률은 5.43%로, 지난해 초(5.27%)보다 약 0.2%포인트 상승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