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뱀의 해(을사년)’인 2025년이 밝았다. 2024년은 비상계엄 사태 등 예기치 못한 ‘블랙 스완’이 한국 경제를 덮친 한 해였다. 올해도 탄핵 정국 장기화, 미국 새 행정부 출범 등 곳곳에 불안 요인이 산재해 있다. 올해는 정국 안정과 경제 회복에 방점을 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뱀의 형상을 한 충북 보은군 말티재에서 다중촬영을 활용한 장시간 노출 기법으로 담아낸 자동차들이 힘차게 질주하고 있다. 차량이 지나간 궤적을 10초 간격으로 1시간30분 동안 촬영했다.  이솔 기자
‘푸른 뱀의 해(을사년)’인 2025년이 밝았다. 2024년은 비상계엄 사태 등 예기치 못한 ‘블랙 스완’이 한국 경제를 덮친 한 해였다. 올해도 탄핵 정국 장기화, 미국 새 행정부 출범 등 곳곳에 불안 요인이 산재해 있다. 올해는 정국 안정과 경제 회복에 방점을 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뱀의 형상을 한 충북 보은군 말티재에서 다중촬영을 활용한 장시간 노출 기법으로 담아낸 자동차들이 힘차게 질주하고 있다. 차량이 지나간 궤적을 10초 간격으로 1시간30분 동안 촬영했다. 이솔 기자
‘푸른 뱀의 해’ 을사년(乙巳年)을 시작하는 새해 한국 경제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불확실성이다. 미국 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내수 침체와 수출 둔화에 시름하던 한국 경제는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라는 예기치 못한 ‘블랙스완’을 만났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금융·외환시장뿐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내수·수출 동반 부진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잠재성장률(2.0%)을 밑도는 1.9%로 제시했다. 지난해(2.1% 추정)보다 0.2%포인트 낮다. 성장률이 2%를 밑돈 건 1956년 전후시기(0.6%), 1980년 석유파동(-1.6%), 1998년 외환위기(-5.1%),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0.7%)과 반도체 수출 부진을 겪은 2023년(1.4%)까지 여섯 번이다.

내수가 좀처럼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재화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지수는 지난 9월과 10월 각각 전월 대비 -0.5%와 -0.4%로, 두 달 연속 쪼그라들었다. 특히 연말 탄핵 정국 후폭풍으로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하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18.3포인트) 후 최대 낙폭이다. 지수 수준 자체는 2022년 11월(86.6) 후 최저치다.

기업 경기 침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달 26일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올 1월 BSI 전망치는 84.6으로, 기준선(100)을 밑돌았다. 지난달(97.3)보다 12.7포인트 하락한 수준인데, 이런 낙폭은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4월 낙폭(25.1포인트) 이후 57개월 만의 최대다. 제조업(84.2)과 비제조업(84.9) 모두 부진한 상황이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도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작년 7월 13.5%였던 수출 증가율은 작년 11월 1.4%로 급감했다. 정부는 수출 증가율이 작년 8.1%에서 올해 1%대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고용지표도 내수와 직결된 도·소매업과 건설업에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고용지표가 경기 후행지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내수 부진이 고용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 과감한 구조개혁 추진해야

전문가들은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 국가 신인도가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일제히 지적했다.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간다는 건 세계 시장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한다. 회사채 금리도 동반 상승해 기업 활동을 옥죈다. 해외 투자도 줄어든다. 이런 상황은 다시 내수와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늪에 빠져드는 것이다.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한은은 내년도 경제 성장률을 1.8%로 제시했다.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1%대 저성장이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저출생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성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생산성 강화를 위해선 연금·교육·노동 등 3대 구조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규제를 개혁하고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올해 낡은 껍질을 벗고 청색 뱀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선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서 과감한 구조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