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 14일 서울 대통령 관저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 14일 서울 대통령 관저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법원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하루 만에 발부했다. 체포영장은 통상 긴급 체포가 필요한 대상에게 발부되는 경우가 많아 발부율이 높고 신속하게 발부되는 편이지만 신원과 소재지가 명확한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법원이 이른 시간에 결론을 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31일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체포영장 3만1119건 중 97.7%(3만396건)가 발부됐으며, 압수수색 영장은 45만7160건 중 90.8%(41만4973건)가 발부됐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의 영장 발부율은 98%로 집계됐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9시께 약 33시간에 걸친 심리 끝에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윤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과 수색영장을 발부했다. 공조본은 전날 0시께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체포영장은 흉악범이나 금융사기범 등 도주 우려가 높은 피의자에게 발부되는 경우가 많아 하루 이틀 안에 영장 결과가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현직 대통령의 경우 소재지가 명확한 데다 헌정사상 처음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발부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영장전담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세 차례에 걸쳐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는 수사기관의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이 체포 영장 발부에 주요 사유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체포영장이 구속영장과는 달리 조사의 필요성만 있으면 발부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공조본은 조만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할 예정이다. 통상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은 발부일로부터 일주일이다. 공조본이 윤 대통령을 체포하면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법원이 구속영장까지 발부할 경우 공수처는 10일 이내 수사를 매듭짓고 사건을 검찰로 이첩해야한다. 형사소송법상 구속 기간은 최장 20일(체포기간 포함)이지만, 공수처는 내란죄 기소권이 없어 기소할 수 있는 검찰과 구속 기간을 나눠 써야 한다.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에도 불응할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을 대리하는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변호인단 입장을 내고"수사권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청구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놀랍고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서울 삼청동 소재 대통령 관저에 폐쇄회로(CC)TV 영상과 대통령경호처에 보관된 비화폰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와의 대치 끝에 실패했다.

형사소송법 110조에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 대통령 관저는 1급 보안 시설로 분류되고 있다. 1급 보안시설은 국가 기밀 보호와 직결되며, 최고 수준의 보안이 요구된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