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귤을 고르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 2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귤을 고르고 있다./사진=뉴스1
12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1.9% 오르며 4개월 연속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강달러와 비상계엄 여파에 따른 환율 상승 영향 등으로 석유류 가격이 상승 전환하며 오름폭은 1% 후반대로 커졌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12월에 비해 1.9% 올랐다. 지난 9월(1.6%) 이후 넉 달 연속 1%대다.

올해 들어 물가상승률은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화하는 추세를 보였다. 물가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2~3월(3.1%)을 지나 4~8월에는 2%대로 둔화했다. 지난 9월에는 1.6%로 내려가며 3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10월(1.3%)과 11월(1.5%)까지 1% 초중반대를 이어가다가 이번 달에는 2%에 근접한 수준으로 뛰었다.

이달 물가상승률이 소폭 오른 것은 환율 상승으로 석유류 가격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환율은 석유를 비롯한 수입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려 전체 물가를 자극한다. 12월 석유류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1.0% 오르며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석유류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5.3%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0.22%포인트 낮추는 데 기여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가격은 환율 영향, 전년도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 유류세 인하율 변화 등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농산물 가격 상승폭도 커졌다. 폭염 여파로 겨울철 대표 과일인 귤 가격 등이 오르며 지난달 0.3%에 그친 농산물 가격 상승률이 이달 2.6%로 뛰어올랐다. 빵, 커피 등 일부 품목의 출고가가 인상되며 가공식품 가격 상승폭(2.0%)도 전달(1.3%)에 비해 확대됐다.

올해 전체 물가상승률은 2.3%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0.5%)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22년 5.1%를 찍었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3.6%, 올해 2.3%로 2년 연속 둔화하며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2%)에 가까워졌다.

다만 올해는 유독 농산물 가격이 비싼 해였다. 폭염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올해 농산물 가격은 작년보다 10.4% 상승했다. 2010년(13.5%)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대표저그로 사과와 배 가격 상승률은 각각 30.2%, 71.9%에 달했다. 배추 가격도 작년보다 25.0% 올랐다.

다음 달 물가상승률은 최근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높아진 환율 영향으로 추가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다음 달 물가상승률이 최근 고환율 등으로 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로는 유가·농산물 가격의 기저효과 등으로 당분간 2%를 밑도는 수준에서 안정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