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추락 사고로 179명의 사망자를 낸 제주항공이 발동기(엔진)·부품 구매비를 지난해 1906억원에서 올해 552억원으로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4분의 1 수준으로 감액 규모는 1354억원에 달했다.
올해 여객 수요가 회복되고 이·착륙 정비 횟수 등이 늘어나면서 엔진 및 주요 부품 교체비가 함께 증가해야 하는 것을 고려했을 때 다소 이례적이다. 다른 저비용항공사(LCC)와 비교해도 해당 항목 감소폭이 두드러져 제주항공이 무리하게 비용을 절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항공안전투자공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올해 항공안전 분야에 총 5923억원 투자하겠다고 지난 7월 공시했다. 총액 기준으로는 지난해(4934억원) 대비 989억원 늘었다.
그러나 항공기 교체 비용(지난해 782억→올해 3025억원)이 2242억원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주요 항목에서 감액이 이뤄졌다. 1354억원의 감액이 이뤄진 엔진·부품비 외에 △정비시설비(지난해 44억→올해 38억원) △교육훈련비(지난해 49억→올해 46억원) 등이다.
제주항공 측은 신형 항공기로 교체하면서 엔진·부품 교체 수요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주항공의 항공기 기체나이(기령)는 평균 14.4년으로 국적 항공사들 가운데 가장 높다. 여객기 1대당 월평균 운송시간도 418시간(지난 3분기 기준)으로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400시간을 넘겼다. 관련 투자 비용이 가장 많아야 한다는 의미다. 직원 수도 올해 들어 120명(작년 3068명→ 올해 3188명) 늘었다. 교육훈련비도 같이 늘어야 정상인 셈이다.
대한항공은 물론 다른 주요 LCC와 비교해도 제주항공의 이런 비용 감액은 이례적이다. 제주항공을 제외한 나머지 항공사들은 올해 들어 항공기 교체 비용과 함께 엔진·부품비, 교육훈련비 모두 같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올해 예비용 항공기 구입비용으로 4794억원을 신규 투자한 이스타항공은 엔진·부품 구매비를 54억원, 교육훈련비를 82억원 함께 늘렸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항공기 교체 및 예비 항공기 구입에 2732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대비 1963억원 증액했다. 이와 함께 티웨이항공은 엔진·부품비 1102억원, 교육훈련비 83억원을 각각 늘렸다. 올해 항공기 교체에 542억원을 신규 투자한 진에어도 엔진·부품비, 교육훈련비 등을 각 20억원 가량 증액했다.
황호원 한국항공대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은 “타 LCC와 비교해 제주항공이 다소 무리하게 비용 절감을 한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