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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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SNS의 콘텐츠 자체 검열을 금지할 전망이다. 진보 성향이 강한 SNS 기업이 자체 기준을 앞세워 보수 성향 콘텐츠를 삭제하는 걸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차기 행정부의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으로 지명된 브렌던 카 지명자가 통신품위법 230조의 면책권을 약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96년 제정된 통신품위법 230조는 SNS 기업들이 자사 플랫폼에 올라오는 콘텐츠에 대한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면책권을 약화해 콘텐츠 검열에 나선 SNS 플랫폼의 소송 위험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앞서 카 지명자는 지난 10일 FCC 위원장 지명 직후 “기술 검열과 싸우는 게 내 최우선 순위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독점법을 활용해 SNS 기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으로 앤드루 퍼거슨을 지명하며 “퍼거슨 지명자는 빅테크의 검열에 맞서고 위대한 미국에서 언론의 자유를 보호한 입증된 기록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퍼거슨 지명자는 과거 SNS가 보수적 견해를 억압하기 위해 협력하거나 광고주가 이러한 활동에 협력할 경우 반독점법 위반으로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최근에는 “미국인들이 자유롭고 공개적으로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능력을 불법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밝혀진 플랫폼에 대해 반독점법을 강력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과거 트럼프 당선인은 SNS 기업들과 정면충돌해왔다. 메타, 트위터, 구글 등은 2020년 대선 직후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 등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트럼프 당선인의 계정을 일시 중단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를 향해 “또다시 음모를 꾸미면 여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X(옛 트위터) 소유주 머스크 CEO의 입김도 작용했을 전망이다. 차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D) 공동수장으로 임명된 머스크 CEO는 지난달 “검열과 광고 보이콧 카르텔을 당장 끝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SNS 기업이 콘텐츠 검열을 못 하도록 하는 움직임은 유럽과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유럽연합(EU)은 최근 SNS 기업이 유해 콘텐츠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며 규제를 강화해왔다. 2022년 제정된 디지털서비스법은 SNS 기업이 불법 콘텐츠를 신속하게 제거하지 않으면 연간 전체 매출의 최대 6%에 달하는 벌금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국 역시 지난해 온라인상의 발언을 규제하기 위한 규제 법을 제정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