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관련 기자간담회하는 윤갑근 변호사 사진=연합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관련 기자간담회하는 윤갑근 변호사 사진=연합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31일 법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청구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에 대해 "수사 권한이 없는 기관에서 청구한 영장이 발부됐다는 것이 놀랍고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 변호사는 이날 서울고검 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체포영장은 불법임이 틀림없다. 법원 결정에 유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의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는 공수처가 청구한 불법 체포영장인 만큼 집행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은 이러한 입장에 따라 공수처의 청구로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된 체포영장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과 체포영장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변호사는 공수처의 체포영장 청구 과정을 문제 삼으며 "군사 작전하듯 자정에 영장을 청구하고, 1심 재판 관할인 서울중앙지법이 아니라 영장 쇼핑하듯 이례적으로 서울서부지법에 가서 청구했다"고 비판했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이 세 차례나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서 체포영장 발부를 자초했단 지적엔 "그것은 외형만 보고 말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본인만 아니라 대한민국에 법이 제대로 집행되고 수호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그 책무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수사기관은 여기도 저기도 수사권이 있다며 다투고 있다"며 "무너진 사법 체계 근간을 바로잡고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법치주의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했다.

'권력자이기에 출석 요구를 계속 무시하는 것 아닌가'라는 지적엔 "현직 대통령에 대해 일정 조율도, 신변과 안전에 대한 협의 절차도 없었다"며 "권력자라고 특혜받는 게 아니라 권력자이기 때문에 피해 보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과 체포영장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이번 영장의 위헌·위법성을 다투는 것과는 별개로 법원에 영장 항고·준항고는 신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형사소송법상 체포영장 발부에 불복해 항고할 수 있는 제도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윤 변호사는 "법률가들 사이에서 상당 기간 영장 항고 제도가 논의됐는데 시행되지 않고 있다"며 "이런 것을 봐도 영장 항고 제도는 시급히 도입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체포영장 집행 전이기 때문에 체포 적부심 신청도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윤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수사를 피할 이유가 없다. 기피하거나 지연할 의도도 없다"며 "어떤 수사기관이든 적법한 절차가 진행되면 당당히, 법대로 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란죄 수사 권한이 있는 경찰이나 특검 수사에는 응하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엔 "특정 기관 염두에 둔 건 아니다"며 "위법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윤 변호사는 "권한을 가진 수사기관이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수사기관이 해결안 되면 사실을 규명할 수 있는 심판 받을 기회를 주시면 법원에 나가서 다 밝힐 것"이라고도 했다.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응할 것인가'라는 물음엔 "당연하다"고 답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계엄과 관련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의견을 낼 것"이라며 "헌재 변론이 시작되면 직접 나가서 말할 기회도 있을 것이다. 한 번이 아니라 두 번도 나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공수처에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할 계획은 없다며 "변호인단 완성은 아니어도 거의 구성이 완료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수사권이 없는 수사기관에서 청구하여 발부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은 법을 위반해 불법 무효"라는 입장문도 냈다. 윤 변호사는 이 입장문이 "윤 대통령의 뜻을 받아서 낸 것"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세 차례 출석요구에도 응하지 않자 전날 0시 서울서부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서부지법 이순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발부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