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美와 큰 격차 보인 韓증시…그러나 2025년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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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美와 큰 격차 보인 韓증시…그러나 2025년은 다르다
김영민 토러스자산운용 대표
김영민 토러스자산운용 대표
예상 못 한 한국과 미국의 디커플링
미국 시장이 2023년, 2024년 연속 25% 이상 상승했지만, 올해 한국 시장은 코스피와 코스닥이 시장이 각각 9.6%, 21.7% 하락했다. 1998년 IMF 금융위기 이후 처음 경험하는 엄청난 격차이다.

주식시장을 전망할 때 경제 및 증시 변수들의 장기 통계를 근거로 큰 그림을 그리고 각 섹터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개별 종목의 흐름을 전망하면 예측의 정확성이 높아진다. 한국 시장은 미국 시장의 향후 변수를 먼저 파악하고 두 시장의 상관관계와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예측하는데 한국의 2024년 증시는 미국에 비해, 그리고 과거에 비해 매우 방향을 달리해서 움직였고 결과적으로 전망의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이에 대한 깊은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왜 시장을 이렇게 거꾸로 읽었을까?

IMF 위기 이후 초유의 삼성전자 부진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의 강자로 부상한 이후 삼성전자 및 삼성전자 생태계(Supply Chain)의 소재, 부품, 장비 기업들은 경기 상승 국면에서 어김없이 폭발적인 이익을 기록했고 증시에서 주도주 역할을 성실히 수행했다.

스마트폰과 TV의 가세로 이 강도는 지속해서 강화되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갤럭시 스마트폰의 판매 저조로 주가 움직임이 매우 저조했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 조정에도 불구하고 23% 상승했고 삼성전자는 32% 하락했다. 두 회사의 주가 성과가 이렇게 편차를 보인 것도 기억에 없다.

삼성전자가 생산량을 증가시키지 못하면서 삼성전자 납품업체들의 이익과 주가도 매우 부진했다. 외인들이 삼성전자 매도를 주도했다. 외인들은 7월 이후 25조원을 순매도했는데 이 매도분의 90%가 삼성전자이다. 어쩌면 외인들은 한국을 매도한 것이 아니라 메모리 경쟁력을 상실한 이익 하향 기업인 삼성전자를 매도한 것이다.

중국 수요 부진, 저가 밀어내기, 기술혁신
중국에 부품과 장비를 수출하는 한국 수출 제조업은 중국 경기와 부동산 부진으로 매출과 이익 성장이 크게 둔화되었다. 불법 보조금으로 저가 생산이 가능한 저부가가치 산업은 더 이상 중국과 경쟁이 어려워졌다. 철강, 석유화학, 태양광, 디스플레이 업종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소비재의 중국 시장 진출도 난망이다. 삼양식품의 라면 수출도 비중국이 주류이다. 규모의 경제와 이를 활용한 기술 혁신으로 저가의 전기차, 전기차 배터리, 구형 레거시 반도체는 한국과 유럽 기업들의 경쟁력을 매우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규제 완화로 자율 주행과 범용 로봇의 기술 개발 속도는 매우 놀랍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중국 제품에 대한 60% 추가 관세 부과 여부가 관전 포인트이다. 당장은 한국의 대중 수출도 줄어들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의 수출 기업들에는 호재이다.

미국 - 투자와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조 바이든 정부는 칩스법(Chips)을 통해 대만과 한국으로부터 대규모 미국 투자를 유인했다. 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한국과 유럽 국가들로부터 엄청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및 친환경 투자를 유치했다.

이런 줄만 알았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인공지능(AI)은 미국에서 시작해서 미국에서 꽃을 피울 요량이다. 막대한 투자 자금과 고도화된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분야라 미국 기업의 독무대이고 이에 따른 주가 상승도 엄청나서 전 세계 모든 투자가들의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의 말처럼 오전 4시에 끝나는 AI 파티가 이제 겨우 오후 10시일 정도로 갈 길이 멀다. 내년에는 미 재정 정책의 축소 예상으로 적지 않은 변동성이 예상되나 법인세 인하 등 트럼프의 성장 정책이 지속된다면 설비투자 및 주식 투자 자금은 여전히 미국을 향할 것이다.

정치 불안과 불리한 세제
계엄은 불의의 일격이었다. 글로벌 금리 인하로 경기 싸이클이 이제 겨우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정치의 불안은 외인과 국내 투자자의 '국장' 탈출에 대한 좋은 구실이 되었다. 금투세는 다행히 유예 대신 폐지되었지만, 배당 분리 과세에 대한 상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국내 투자 매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코스피 지수가 2400포인트 이하로 하락할 때마다 국민연금이 매수함으로써 과거의 국민연금 풋과 유사한 역할을 하며 추가 하락을 막았다. 추가로 하락하면 이미 조성이 확정된 증시안정기금이 역할을 할 수 있다.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지속되더라도 추가 하락이 제한되는 이유이다. 삼성전자의 10조원 자사주 매입 계획도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한국 증시의 백스톱(Back Stop) 역할을 할 전망이다.

2025년 한국 시장 전망 - 지나친 하락은 늘 기회
주식이 싸면 결국은 상승한다. 만약 리세션이 없다면 과거 한국 증시는 하락 폭이 25% 이내였다. 2024년 7월의 고점인 2900포인트 대비 약 17% 하락한 상태이고 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배로 리세션 저점 수준으로 하락해서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에 의하면 2025년에는 기업의 이익이 약 20% 정도 상승하고 12개월 예상 PER이 약 8배로 역사적인 저평가 국면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 예금이 최근 수년간 2배로 늘어난 630조 원에 이른다.

미국의 머니마켓펀드(MMF( 잔고 급증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강세장의 버팀목 역할을 했듯이 한국 기업 이익이 늘고 원화 가치가 안정돼서 한국 증시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한국의 요구불 예금도 유동성을 공급하는 파이프 역할을 할 것이다. 3월부터 공매도가 재개되지만 대부분 사자와 팔자가 병행되기 때문에 큰 악영향은 없을 것이다.

터닝포인트 - 외인의 귀환과 풍부한 유동성
한국 투자가들의 미국 투자 규모는 2024년 말 약 150조 원 정도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지만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기대 수익이 예전만 못한 상황이라 여전히 많은 유동성이 금융시장 주변에 포진하고 있다.

결국 이 대기자금은 한국 주식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상승세로 이어지면 돌아올 자금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개인 신용 잔고도 최근 수 년 간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개인들의 코스닥 매수 여력도 충분하다.

그럼에도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는 외인의 본격적인 순매수 전환이다. 반도체, 자동차를 위시한 국장의 대표 수출주들이 2025년 상반기를 저점으로 매출을 늘리며 이익을 증가시키면 외인들은 다시 한국 주식에 열광할 수 있다. 주식시장의 선반영을 고려하면 2025년 1분기는 한국 주식의 매력적인 저점 매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내년에는 한국 증시도 미국 증시만큼 상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