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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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재테크의 달인이라고 찬사받았던 스타들의 연이어 고강도 세무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이를 둘러싸고 연예계가 부동산 매입, 매각과 관련해 더욱 몸을 사린다는 반응이 흘러 나오고 있다.

배우 황정음과 그룹 2PM 출신 이준호 등은 지난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에서 고강도 세무 조사를 받았다. 두 사람의 세무 조사는 부동산 매입, 매각 소식이 알려진 후에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탈세, 위법 내용은 없지만 추징 세액 등 추가적인 세금을 납부해야 했다.

황정음은 가족법인 훈민정음엔터테인먼트 명의로 2018년 3월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빌딩을 62억5000만 원에 매입해 2021년 10월 110억 원에 매각했다. 건물 매입 후 3년 7개월 만에 50억 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거두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20년 5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위치한 단독 주택을 46억원대에 매입했다. 지하 1층~지상 2층(대지면적 347㎡, 연면적 200㎡) 규모의 주택을 3.3㎡당(대지면적 기준) 4430만원 선에 거래한 것. 현재 인근 주택들이 3.3㎡당 7000만~8000만원대에 시세형성된 것을 고려하면, 매매가는 70~80억원대로 매매시 양도차익만 30억원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투자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준호 역시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인물로 꼽혀 왔다. 2019년 2월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신축 오피스텔 '더 리버스 청담' 2개 호실의 소유권을 신탁사로부터 이전받았다.

더 리버스 청담은 청운장이라는 여관을 재건축했는데, 이준호는 오피스텔이 지어지기 전 지주 작업을 할 때부터 투자한 덕분에 2개 호실을 분양받을 수 있었고, 상당한 이익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올해 3월 가족법인 제이에프컴퍼니 명의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상가건물을 175억원에 매입해 주목받았다.

이 건물은 2022년 5월 고인이 된 배우 강수연이 2017년 80억원에 매입한 곳이다. 강수연이 사망한 이후 3명에게 상속됐다. 압구정로데오역에서 도보로 4분 거리에 위치한 이 건물에는 네일숍과 학원, 미용실 등이 영업 중이다.

이준호와 황정음 모두 가족법인 명의로 건물을 매입했다. 이는 부동산 거래에서 '절세'를 위한 팁으로 알려져 왔다. 법인으로 건물 매입할 경우 취득세를 줄일 수 있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 설립 5년 이상 된 법인으로 매매하면 취득세 9.4%가 아닌 4.6%만 부담하면 된다. 또 법인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상가 등 비주거용 부동산을 법인이 양도할 때는 일반 법인세율만 적용돼 중과세를 피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세무조사를 받을 경우 추징금 납부 대상이 될 수 있다. 지난해 특별세무조사를 받고 추징금을 납부한 사실이 알려진 배우 이병헌, 김태희, 권상우 등도 법인을 설립해 부동산 거래를 한 정황이 세무조사 도화선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병헌의 경우 2018년 개인과 법인 명의를 이용해 부동산에 투자했고, 2021년 매각했다. 이를 통해 10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시 이병헌 소속사인 BH엔터테인먼트 측은 "부동산 투자 건은 이번 조사와 전혀 관련 없는 얘기"라며 "추징금은 (이병헌이) 사비로 전 직원에게 상여금을 지급했고, 당시 세금을 원천세로 납부한 것이 불인정됐고, 광고 개런티의 경우 기부금에 대한 회계 처리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효주 역시 2018년 5월 서울 은평구 소재 건물을 법인 명의로 매입했는데, 법인 대표는 한효주의 아버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효주는 2017년 한남동에 있는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 건물도 55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해당 건물은 2021년 초쯤 약 80억원에 매각해 25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누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효주에 대한 세무조사는 이후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절세 방식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MBC 'PD수첩'은 2020년 4월 방송에서 일부 연예인이 유령 법인을 세우고, 건물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투자를 자행하고 있다는 취지의 방송을 했다. '위법'은 아니지만 '편법'이라는 것.

한 세무 관계자는 "세무조사의 경우 정말 문제를 찾으려고 한다기 보다는 혐의점을 포착하고 추징액 액수를 협의하는 과정이 대부분"이라며 "이미 조사에 착수했으니 서로의 자존심을 챙기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예외의 경우도 있다. 지난해 강남에 200억원 상당의 건물을 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매입한 방송인 유재석 역시 해당 소식이 알려진 후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세금신고 오류, 누락 등과 관련한 어떠한 혐의점도 발견되지 않았다.

유재석은 지난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토지면적 298.5㎡(90.3평) 토지와 토지면적 275.2㎡(83.2평) 빌라 건물을 각각 116억 원, 82억 원에 매입한 사실이 알려졌다. 198억원의 매입 자금은 모두 현금으로 지불됐다.

유재석은 또한 15년 동안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서 전세로 살고 있었는데, 재건출을 앞둔 현대아파트를 떠나 올해 5월 강남구 논현동 '브라이튼N40' 아파트 펜트하우스를 86억6570만원에 매입했다. 이 역시 모두 현금으로 지불했다.

300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대금을 모두 현금으로 납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무조사가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방송 출연료 수입 누락, 경비 처리 오류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혐의가 없는 만큼 추징 세액도 없었다.

이에 대해 몇몇 관계자들은 "유재석은 오히려 세금을 더 많이 납부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출연료 계약을 비롯해 집세와 물품 구입, 차량 렌트 등을 개인이나 가족 법인 명의로 경비 처리하는 건 대표적인 절세 방식"이라며 "유명 연예인 중 개인 법인을 갖고 있지 않는 사람을 더 찾기 힘든데, 유재석은 그런 걸 일체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대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