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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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기업 금양이 부산 공장 '드림팩토리2' 준공 날짜를 연기했다. 자금난 때문이다. 류광지 금양 회장이 1000만주를 회사에 무상증여했지만 결국 공사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 콩고 리튬 업체 인수대금 납입 일정도 미뤄졌다. 그사이 주가는 계속 하락하고 있어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금양은 '동부산 E-PARK 산업단지 2차전지 공장'(드림팩토리2)의 투자 일정이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잔금 지급 시점을 2024년 12월 31일에서 2025년 5월 31일로 미뤘다. 공장에 들이려던 양·음극 방식 코스터 설비 설치 마감일도 오는 7월 30일로 밀렸다. 준공·신규 설비 설치 완료 시점을 단 하루 남겨놓고 일정을 정정한 셈이다.

공시 후 금양은 홈페이지에 해명문을 올렸다. 예상치 못한 2차전지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과 이에 따른 글로벌 투자 감소, 유상증자 지연에 따른 자금 조달 일정 지연으로 공장 건설 일정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대신 오는 4월 말까지 준공을 완료하고, 5월 초부터 21700(지름 21㎜·높이 70㎜) 원통형 셀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잔금은 같은 달 말일까지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시공사 동부건설은 공시를 통해 "공사도급계약 관련 발주처와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을 뿐 준공 시점을 언급하진 않았다.

드림팩토리2 공사는 2023년 9월부터 시작됐다. 금양은 올해 말 공장이 건설되면 내년 1월부터 21700 배터리 생산 라인을 본격 가동하고, 같은 해 6월부터 4695(지름 46㎜·높이 95㎜) 배터리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4695 배터리는 21700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용량이 커 배터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자금난에 꿈도 멀어져…금양, 부산공장 준공 밀렸다 [종목+]
금양의 2차전지 공장에 대한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금양이 시공사인 동부건설에 건설 대금을 일부 미지급했고, 협력업체에 지급될 공사대금도 밀렸기 때문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동부건설의 금양 공장 관련 미수금은 862억원에 달해 3개월 만에(6월 말 미수금 437억원) 425억원이 늘어났다.

지난해 3분기 말 금양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69억원으로 작년 말(563억원) 대비 400억원 급감했다. 보유 현금만으로는 공사 대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다.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도 6174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사이 3500억원가량 불어났다.

이 때문에 콩고 리튬 업체 인수 일정도 뒤로 밀렸다. 금양은 지난달 29일까지 805만달러(약 120억원)를 콩고 광산업체(CHARLIZE RESSOURCES SAS)에 추가 납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자금난 탓에 200만달러(약 30억원)만 먼저 납입하고, 나머지 605만달러(약 89억원)는 7월 11일 전까지 납입하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앞서 금양은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금감원이 제동을 걸면서다. 최초 지난해 12월 10일이던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은 올해 3월 13일까지 밀린 상황이다. 유상증자 일정이 밀린 사이 주가도 급락해 향후 조달자금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최초 유상증자 기준가를 계산할 때 금양 주가는 5만원을 웃돌았다. 이 때문에 예정 발행가액은 주당 3만8950원, 목표 금액은 4502억원으로 책정됐다. 현재 주가는 2만1200원이다. 주가가 반등하지 못하면 자금 규모는 반토막 날 전망이다.

금양은 류광지 회장이 회사에 무상증여한 자사주 1000만주를 팔아 공장 건설 및 설비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회사는 국내 및 외국계 기관투자자에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지분을 넘긴다. 현재 주가 기준 1000만주의 가치는 2120억원이다. 이르면 이달 초 1000만주 중 210만주의 처분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추가 자금 조달 방안에 회사 관계자는 "현실적 조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