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자영업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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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부진에 자영업자 '벼랑 끝'
고물가·환율에 정치 불안 겹쳐
요식업 프랜차이즈 확산에
생계형 자영업자도 급증
연명치료 아닌 경쟁력 강화 필요
대형화로 위기 대응력 키워야
김도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고물가·환율에 정치 불안 겹쳐
요식업 프랜차이즈 확산에
생계형 자영업자도 급증
연명치료 아닌 경쟁력 강화 필요
대형화로 위기 대응력 키워야
김도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자영업 위기가 심각하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통해 자영업 지원에 나섰다. 12월 23일 국내 은행장들은 7000억원 규모의 ‘은행권 소상공인 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늘 그렇듯이 위기에 봉착한 자영업자들에게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주요 골자다.
자영업 위기는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지만, 오늘의 위기는 내수 부진이 촉발한 바가 크다. 최근 몇 년간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생활 물가 수준은 상당히 높아진 데 반해 임금은 그만큼 오르지 않아 상당수 국민의 실질소득이 감소했다. 내수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통령과 권한대행 탄핵이라는 정치적 불안, 여전히 높은 금리, 그리고 금융위기 때에 버금가는 고환율로 내수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후 최대 폭으로 하락했고 지수도 2022년 11월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영업 위기가 단기적이고 일회적인 수요 충격 때문이라면 수요가 정상화될 때까지 자영업자가 버틸 수 있도록 금융 지원을 해주는 것이 적절한 처방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한국뿐 아니라 각국 정부가 자영업자에게 금융 지원을 한 이유다. 하지만 지금의 국내 수요는 쉽사리 회복될 것 같지 않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고 고환율도 어느덧 뉴노멀이 되고 있어 국민의 실질소득이 쉽사리 증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영업 위기에 대한 대증적인 처방보다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세울 때가 됐다.
내수 부진이 자영업 위기의 촉매가 된 게 사실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데 있다. 자영업자는 임금 근로자와 달리 사업의 성공과 실패에 따른 모든 위험을 자기가 감당해야 한다. 그만큼 기업가 정신, 기술, 사업 수행 능력 등 경쟁력이 필요하다. 일자리가 없어 마지못해 자영업자가 돼서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일자리가 없어 생계를 위해 자영업을 택한 사업자가 대세를 이룬다. 이렇게 생계형 자영업자가 많다 보니 임금 근로자 대비 자영업자 비중은 한국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2~3배에 달한다. 일례로 한국의 식당 수가 미국에 버금갈 만큼 소규모 영세 자영업이 주를 이룬다.
소규모 생계형 자영업자가 많은 데는 한국에 유독 많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한몫한다. 1980년대 말 맥도날드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퍼지기 시작한 가맹점은 이제 요식업과 기타 서비스 업종 전반에 보편화됐다. 요식업 브랜드들이 직영으로 점포를 늘리기에는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데다 노동시장의 경직성 탓에 고용에 비용이 많이 들자 가맹점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확장했다. 가맹점주의 자금으로 점포를 늘리면 되고, 임금 근로자가 아니니 해고의 어려움을 겪을 필요도 없어서다. 요식업 브랜드의 가맹점 공급은 조그만 가게 하나 차릴 자금은 융통할 수 있지만 적당한 일자리도 없고 그렇다고 요식업을 차릴 만한 기술도 없는 사람들의 수요에 딱 맞아떨어졌다.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독자 기술이 없어도 가맹본부에서 공급하는 재료에 가맹본부가 가르쳐준 방법대로 조리하면 되니까 아무나 뛰어들 수 있었다.
아무나 할 수 있으니 가맹 점포는 우후죽순으로 늘었다. 자영업자 간 경쟁은 격화됐다. 가뜩이나 가맹본부가 재료비, 교육비, 로열티 명목으로 많이 가져가는데 이제는 플랫폼들이 적지 않은 수수료를 떼어가니 독자적인 경쟁력이 없는 가맹점주는 치열한 경쟁 속에 내수가 부진할 때마다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폐업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을 그냥 방치하기 어려운 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에 대한 연명치료에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 경쟁력 있는 자영업자를 선별하고 이들이 규모를 키워 고용을 창출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요식업 브랜드들이 가맹점보다는 직영점을 통해 자영업자를 흡수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자영업을 대형화해 위기 대응 능력을 키우고 나머지 자영업자는 임금 근로자로 전환해야 한다
자영업 위기는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지만, 오늘의 위기는 내수 부진이 촉발한 바가 크다. 최근 몇 년간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생활 물가 수준은 상당히 높아진 데 반해 임금은 그만큼 오르지 않아 상당수 국민의 실질소득이 감소했다. 내수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통령과 권한대행 탄핵이라는 정치적 불안, 여전히 높은 금리, 그리고 금융위기 때에 버금가는 고환율로 내수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후 최대 폭으로 하락했고 지수도 2022년 11월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영업 위기가 단기적이고 일회적인 수요 충격 때문이라면 수요가 정상화될 때까지 자영업자가 버틸 수 있도록 금융 지원을 해주는 것이 적절한 처방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한국뿐 아니라 각국 정부가 자영업자에게 금융 지원을 한 이유다. 하지만 지금의 국내 수요는 쉽사리 회복될 것 같지 않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고 고환율도 어느덧 뉴노멀이 되고 있어 국민의 실질소득이 쉽사리 증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영업 위기에 대한 대증적인 처방보다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세울 때가 됐다.
내수 부진이 자영업 위기의 촉매가 된 게 사실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데 있다. 자영업자는 임금 근로자와 달리 사업의 성공과 실패에 따른 모든 위험을 자기가 감당해야 한다. 그만큼 기업가 정신, 기술, 사업 수행 능력 등 경쟁력이 필요하다. 일자리가 없어 마지못해 자영업자가 돼서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일자리가 없어 생계를 위해 자영업을 택한 사업자가 대세를 이룬다. 이렇게 생계형 자영업자가 많다 보니 임금 근로자 대비 자영업자 비중은 한국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2~3배에 달한다. 일례로 한국의 식당 수가 미국에 버금갈 만큼 소규모 영세 자영업이 주를 이룬다.
소규모 생계형 자영업자가 많은 데는 한국에 유독 많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한몫한다. 1980년대 말 맥도날드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퍼지기 시작한 가맹점은 이제 요식업과 기타 서비스 업종 전반에 보편화됐다. 요식업 브랜드들이 직영으로 점포를 늘리기에는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데다 노동시장의 경직성 탓에 고용에 비용이 많이 들자 가맹점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확장했다. 가맹점주의 자금으로 점포를 늘리면 되고, 임금 근로자가 아니니 해고의 어려움을 겪을 필요도 없어서다. 요식업 브랜드의 가맹점 공급은 조그만 가게 하나 차릴 자금은 융통할 수 있지만 적당한 일자리도 없고 그렇다고 요식업을 차릴 만한 기술도 없는 사람들의 수요에 딱 맞아떨어졌다.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독자 기술이 없어도 가맹본부에서 공급하는 재료에 가맹본부가 가르쳐준 방법대로 조리하면 되니까 아무나 뛰어들 수 있었다.
아무나 할 수 있으니 가맹 점포는 우후죽순으로 늘었다. 자영업자 간 경쟁은 격화됐다. 가뜩이나 가맹본부가 재료비, 교육비, 로열티 명목으로 많이 가져가는데 이제는 플랫폼들이 적지 않은 수수료를 떼어가니 독자적인 경쟁력이 없는 가맹점주는 치열한 경쟁 속에 내수가 부진할 때마다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폐업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을 그냥 방치하기 어려운 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에 대한 연명치료에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 경쟁력 있는 자영업자를 선별하고 이들이 규모를 키워 고용을 창출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요식업 브랜드들이 가맹점보다는 직영점을 통해 자영업자를 흡수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자영업을 대형화해 위기 대응 능력을 키우고 나머지 자영업자는 임금 근로자로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