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고향사랑기부금 사이트인 ‘고향사랑e음’(https://ilovegohyang.go.kr/main.html)에 접속한 직장인 최모 씨(29)는 고향인 광주 동구에 15만원을 기부했지만 답례품을 고르는 데 실패했다. 답례품 페이지에 접속하려는 대기자가 3만 명에 달해 일곱 시간 넘도록 기다려야 했다. 이날 최씨처럼 연말정산을 위해 고향사랑기부를 하려는 이가 대거 몰리면서 사이트 접속이 사실상 마비됐다.

새해 시행 3년 차를 맞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세제 혜택을 앞세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0만원까지 전액을 돌려받고 10만원 초과~500만원 구간(올해부터 2000만원으로 확대)에선 16.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기부금의 30% 범위에서 지역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받는다.

○지난해 기부 70만건 … 30% 증가

3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30일 기준 고향사랑기부금은 2023년 약 650억원에서 2024년 813억원으로 25%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기부 건수는 약 53만 건에서 약 70만 건으로 30%가량 증가했다.

첫해 1억~2억원 언저리에 그치며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6대 광역시의 기부 실적도 전년보다 평균 두 배 이상 늘었다. 2023년 1억2000만원 정도이던 대전시는 지난 20일 기준 5억8400만원을 기록하며 다섯 배 이상의 ‘깜짝 실적’을 보였다. 대전시 관계자는 “기부 답례품의 43%를 차지한 성심당 빵 상품권의 덕을 톡톡히 봤다”고 했다. 광주시는 2023년 1억1164만원에서 2024년 3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1위 답례품은 30% 비중을 차지한 ‘한우’다. 2023년 1억5594만원을 모금한 부산시는 2024년 3억5000만원 이상 기부받아 모금액이 두 배 이상 늘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자체마다 답례품 구성을 다양화하고 홍보를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유치 경쟁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과 연고가 없는 손순경 서울 광영여고 행정실장은 지난 25일 500만원을 기부해 시의 첫 고액 기부자 명단에 올랐다. 손 실장은 “부산시에서 서울교육청 등에 발송한 관련 안내문을 보고 기부를 결심했다”며 “세례를 주신 신부님을 찾아 부산을 방문한 추억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했다.

○고향 답례품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화폐나 고향 특산물로 이뤄진 답례품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령 부산시와 인천시는 지역화폐 답례품 선택 비중이 각각 70%, 90%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가 곧 지역 내 소비로 직결되는 셈이다. ‘향토기업’ 마케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대전은 성심당 빵, 울산 막걸리, 부산은 어묵 등으로 지역 특산품이 답례품 상위에 올랐다.

지자체들은 새해 들어 특정 사업을 위한 모금이 가능한 지정기부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정기부제는 지자체에 직접 내는 일반 기부와 달리 대설피해 복구, 유기견 보호, 참전군인 주거 개선 등 구체적인 용처를 지정해 기부하는 방식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정기부금 비중은 2% 정도로 크지는 않다. 지정기부 참여 지자체도 지난 8월 기준 전국 243곳 중 12곳에 불과했다. 행안부는 지정기부금을 접수하는 민간 플랫폼을 2023년 2곳에서 2024년 12곳 이상으로 늘려 비중을 높여간다는 전략이다.

행안부는 고향사랑기부 주체를 개인에서 법인으로 확대할지도 검토 중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관련 연구기관, 일부 지자체 등에서 이 같은 요구가 있어 검토 중”이라며 “취지는 좋지만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시일이 꽤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부산=민건태/오유림/최해련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