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항공기 제작 결함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보잉이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에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이번 사고에서 보잉 737-800의 기체 결함이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기존 사고의 ‘악몽’까지 소환되며 주가가 급락했다.

○7년 새 다섯 차례 추락 사고

무안공항 사고 이후 30일(현지시간) 처음 열린 미국 뉴욕증시에서 보잉 주가는 개장과 동시에 4% 넘게 떨어졌다. 이후 하락 폭을 만회해 전날보다 2.3% 내린 176.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주가는 29.87% 하락했다.

AP통신은 “올해는 이미 보잉에 실망스러운 한 해였으나 한국에서 발생한 여객기 추락 사고로 특히 불행한 연말을 맞게 됐다”고 보도했다. BBC는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발생한 737맥스 추락 사고부터 무안공항 사례까지 열거하며 “보잉은 여전히 엉망진창”이라고 지적했다.

보잉 여객기의 안전성 논란은 2018년 10월 자카르타에서 일어난 추락 사고 이후 본격화했다. 당시 현지 항공사 라이온에어의 737맥스가 이륙 13분 만에 추락해 탑승객 189명이 전원 사망하며 기체 결함 문제가 불거졌다. 5개월 뒤에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이륙한 동일 기종이 추락하며 157명이 목숨을 잃었다. 조사 결과 비행기가 양력을 잃고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인 조종특성증강시스템(MCAS)의 결함이 드러났다. 2024년 1월에는 알래스카항공이 운행하는 737맥스 동체에 구멍이 뚫려 미국 포틀랜드 국제공항에 긴급 회항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신형인 737맥스뿐만 아니라 구형 기종도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2021년 1월 자카르타에서 출발한 737-500 기종이 바다에 추락해 탑승객과 승무원 등 62명이 숨졌다. 2022년 3월에는 무안항공 사고 기종과 같은 737-800 여객기가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에 추락해 132명이 사망했다. 항공 데이터 분석 기업 시리움에 따르면 737-800은 전 세계에서 약 4400대가 운행되고 있다. 전체 운항 여객기 가운데 17%를 차지하며 보잉의 베스트셀러다.

○비용 절감에 안전은 뒷전

잦은 보잉 여객기 사고의 원인으로는 비용 절감에 매몰된 기업 문화가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알래스카항공 사고의 원인으로 ‘트래블워크’ 관행을 지목했다. 보잉은 여러 작업장에서 나눠 기체를 조립·수리하는데, 시간 문제로 해당 작업장을 떠난 뒤에도 다른 곳에서 작업을 이어가는 방식을 말한다. 공기를 맞추기 위해 정착된 관례다. 알래스카항공 사고 당시에도 비상구를 덮는 도어플러그가 트래블워크로 인해 누락된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지나친 부품 외주와 이로 인한 관리 소홀도 결함 원인으로 거론된다. WSJ에 따르면 보잉은 2000년 이후 부품 제조 공정에서 외주 비중을 2배 이상 높였다. 보잉에서 2005년 분사한 스피릿에어로시스템즈의 한 직원은 “한 달 동안 동체 2개를 만들기 위해 볼트, 파스너, 리벳 등으로 1000만 개에 달하는 구멍을 채워야 한다”며 무리한 생산 기간을 지적했다. 보잉은 지난해 7월 생산 공정을 강화하기 위해 스피릿에어로시스템즈를 다시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무안공항 사고에서도 항공기 결함이 드러나면 보잉은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일스 월튼 울프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사고의 근본 원인은 여러 가지 요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