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등줄기'인 동해안을 가로지르는 '동해선'이 새해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강원 강릉시부터 부산까지 이어지는 363.8㎞ 구간이 완성되면서 그간 침체를 겪어왔던 동해안 부동산 시장도 새로운 변화를 맞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분양 우려가 컸던 아파트 단지들도 최근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동해선 전경. 한경DB
동해선 전경. 한경DB

부산~강릉 363.8km 완성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일 동해선 포항~삼척 구간이 개통되면서 시속 150㎞로 달리는 ITX-마음이 부산 부전역에서 강릉까지 하루 왕복 8회 운행한다. 동해선 포항~삼척 간 연장 166.3㎞ 신설 노선 공사와 포항~동해 172.8㎞ 비전철 구간을 전철화하는 사업이 완성된 것이다.
동해선 노선도. 국토교통부 제공
동해선 노선도. 국토교통부 제공
동해선 개통으로 포항에서 삼척까지는 약 1시간40분(166.3㎞)이 소요될 예정이다. 부산에서 강릉까지는 약 4시간50분(363.8㎞)이 걸린다. 동대구에서 강릉 구간에는 ITX-마음이 하루 왕복 2회, 누리로가 하루 왕복 6회 운행하고 있다. 올해 말부턴 시속 260㎞ 속도로 달리는 KTX-이음이 투입된다.

이번에 완성된 동해 중부선의 사업비는 3조4297억원에 달한다. 2009년 공사를 시작했는데 완공까지 15년이나 소요됐다. 조성이 비교적 어려운 구간임에도 앞으로 동해선은 더 확장될 예정이다. 현재 동해 북부선 제진~강릉 구간 111㎞ 구간이 공사 중이고, 춘천과 속초를 잇는 93.7㎞ 구간도 공사가 한창이다. 이들 구간은 2028년 완공 예정으로, 사실상 강원도 최북단부터 최남단이 철도로 연결되는 셈이다.

달라진 강원 분양 시장

동해선 개통으로 부산·울산, 경북, 강원이 일일생활권으로 연결되면 지역 간 여객·화물 수송이 원활해져 '동해안 초광역 경제권' 탄생의 초석이 될 것으로 국토부는 보고 있다. 동해안 지역은 관광 자원이 풍부하지만, 상대적으로 지방과의 광역 교통망이 난제로 남았었다. 그러나 동해선이 완성되면서 강원 지역으로의 이동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도 분위기가 달라진 모습이다. 그간 강원 해안가 부동산 시장은 미분양 공포에 시달렸다. 이른바 '세컨드하우스'를 겨냥한 하이엔드 주거시설조차 분양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하더라도 강릉시는 미분양 관리지역이었다.
강릉 롯데캐슬 시그니처 투시도. 롯데건설 제공
강릉 롯데캐슬 시그니처 투시도. 롯데건설 제공
그러나 최근 강원 강릉시 '강릉 롯데캐슬 시그니처' 3가구에 대한 청약에서 1709건이 접수되며 달라진 분위기를 보였다. 신혼부부(전용면적 84㎡) 1가구, 생애최초(전용 84㎡) 1가구 등 총 2가구 특별공급에선 각각 265건, 392건이 몰렸다. 1가구를 일반공급한 전용면적 114㎡에는 1052명이 청약 접수했다.

최근 강릉시에서 분양이 이뤄진 '강릉 오션시티 아이파크'의 펜트하우스 100㎡P(6가구)와 142㎡P(6가구) 타입의 경쟁률은 각각 55.5 대 1과 38.8 대 1로 1순위 마감됐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광역 교통망이 개선되며 외지인의 부동산 구입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동해선이 내륙 지역까지 점차 확장되고 이동 시간이 짧아지면 고급 주거시설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미분양 탈출'로 이어질까

여전히 미분양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는 경북 지역 부동산 시장에선 긍정과 부정 전망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2022년 3월 이후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분류됐다가 2024년 10월에서야 해제된 포항은 동해선 개통을 반기는 분위기다. 2년 8개월 만의 해제에 동해선 호재가 겹치며 주택 수요가 다소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북 포항시 전경. 한경DB
경북 포항시 전경. 한경DB
다만 인근 경주시의 경우 동해선 개통으로 인한 관광 수요 증가 기대감에도 좀처럼 부동산 시장은 풀리지 않는 분위기다. 경주시의 미분양은 1378가구로, 공동주택 재고(5만6011가구) 대비 미분양 주택 비율이 2.45%에 달한다. 200가구 이상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하면 관리지역에서 해제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파트 거래 건수도 점차 줄고 있고,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증가세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경북 지역은 지난해 11월에도 악성 미분양이 전국에서 급상승한 지역으로 꼽히는 등 사정이 좋지 않다"며 "동해선 개통 이후에도 미분양 해소까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길을 따라 열차뿐 아니라 집값도 달립니다. ‘집집폭폭’은 교통 호재의 모든 것을 파헤치는 역세권 투자 길잡이 코너입니다. 빅데이터와 발품 취재를 결합해 깊이 있고 생생한 정보를 전달합니다. 집집폭폭 열차는 매주 금요일 집코노미 플랫폼에서 탑승할 수 있습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