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인 1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의 모습. 내란 수사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철오기자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의 모습. 내란 수사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철오기자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은 내란 수사 찬반 집회가 열리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내란 수사를 반대하는 보수 지지자 수백명은 ‘부정선거·입법독재’ ‘이재명 체포’ 등 푯말을 든 채 한 곳에 모여 “탄핵을 거부한다”를 외쳐댔다. 20m 정도 떨어진 맞은편에선 ‘윤석열을 거부한다’ ‘윤석열 체포·구속’ 등의 푯말을 든 진보 지지자들이 “경찰은 당장 대통령을 체포하라”고 말했다.

전날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및 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대통령을 지켜야한다”며 길거리 장외투쟁에 나섰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경찰 등 공조수사본부는 관저안에 칩거 중인 윤 대통령을 체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집회 참가자들은 “몸싸움을 벌여서라도 경찰이 관저로 진입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고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보수 지지자 윤혜옥씨는 “민주당의 입법독재야 말로 내란”이라며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는 유례 없는 상황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다소 격앙된 상태로 찬반집회 현장으로 삼삼오오 모여들면서 양측은 서로를 향해 욕설을 주고받거나 발길질과 같은 몸싸움까지 벌이는 등 충돌이 생기기도 했다. 한 진보 지지자가 ‘윤석열 사형·윤석열 파면’이라 쓰인 깃발을 들고 흔들자 보수 지지자들은 쌍욕을 퍼부으며 “이재명 구속”을 큰소리로 외쳤다. 주변에 있던 경찰들은 부랴부랴 양측을 달래며 중재에 나서느라 진땀을 뺐다. ‘질서유지선’이라 적힌 이동형 울타리를 설치하면서 양측을 떨어트려 놓는 등 다툼을 최소화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진보 측 임모씨는 “공권력을 방해하는 행위야 말로 위법”이라며 “경찰이 엄정한 체포 영장을 집행 할수 있도록 현장에서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의 모습. 내란 수사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철오기자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의 모습. 내란 수사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철오기자
전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찬반 집회가 시간이 갈수록 커지면서 관저의 경비는 한층 삼엄해졌다. 관저 정문 입구 앞에는 약 35m 길이의 울타리가 겹겹이 쌓였고 주변으로는 대통령 경호처와 경찰들이 지키고 있었다. 관저 정문 앞에는 경찰 기동대 버스 6대가 촘촘히 붙어 주차돼 있는 등 차벽을 형성했다. 보수 지지자들이 관저로 돌진하려다 경찰에게 제지받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체포영장이 집행되면 대통령 지지자들과 대통령실 경호처, 영장을 집행하려는 공수처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충돌 방지와 집회 관리를 위해 기동대 4~6개 중대를 현장에 배치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과 체포영장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상태다. 그럼에도 공조본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동운 공수처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이달 6일까지인 유효기간 내에 집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또한 대통령경호처가 관저 문을 개방하지 않으면 직권남용과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며 공수처의 법 집행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오 처장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인력을 동원하기 위해 협조받고 있다”며 “전날 경호처에 집행에 협조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바리케이드, 철문 등을 잠그고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는 것 자체가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
공조본은 관저를 강제 개문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소방·기동대·특공대 등의 동원도 검토하고 있다. 수색 영장이 발부된 상태라 소방대원이 문을 부수고 진입해도 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경호처가 무기를 소유하고 있어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무장한 특공대도 동원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경호처에서 ‘공무집행방해’란 부담감을 안고 극단적 상황까지 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경호처가 경찰의 수색 영장 집행을 거부해왔다”며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은 형사송법과 무관하기 때문에 경호처가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의 모습. 내란 수사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철오기자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의 모습. 내란 수사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철오기자
체포영장 집행이 장기화 될 경우 관저 앞으로 대형 집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윤 대통령을 즉각 체포하지 않으면) 3일 대통령 공관에 전국 조합원을 집결시켜 직접 체포에 나서겠다”고 대형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