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무안공항청사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추모 손편지를 쓰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1일 무안공항청사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추모 손편지를 쓰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제주항공 참사 발생 나흘째를 맞은 새해 첫날, 전남 무안국제공항청사 1층에 차려진 합동분향소 조문을 마치고 나온 추모객들 눈길을 붙든 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빼곡히 들어찬 ‘포스트잇 손편지’였다.

이곳에 붙은 수많은 포스트잇 가운데는 유가족이 쓴 것으로 짐작되는 메모지도 있었다. “어머니 새해가 밝았네요. 천국에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라며 끝내 말을 맺지 못한 자녀의 손편지가 보였다.

또 다른 메모지에는 “엄마 나 이제 고3이야. 이제 좀 철도 들고 정신도 차렸는데 못 보여주게 됐네”라고 적혔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향해 “계속 나 지켜봐 주고 새집도 같이 데리고 갈 테니까 친구들한테 자랑 많이 하고. 사랑해”라면서 애써 담담히 슬픈 마음을 다잡는 모습도 엿보였다.
1일 무안공항의 참사 현장 울타리 밖에서 한 어린이가 추모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일 무안공항의 참사 현장 울타리 밖에서 한 어린이가 추모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외에도 희생자들을 기리며 명복을 빈다는 시민들 메모가 여럿 나붙었다.

이 같은 무안공항의 ‘추모 손편지 계단’은 이근호 손편지운동본부 대표가 이곳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남겨달라”며 펜과 종이를 나눠주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그 자신도 30년 전 불의의 사고로 당시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잃었다. 이 대표는 이후 손편지운동본부를 만들고 세월호·이태원 참사 등이 벌어질 때마다 추모객들 손편지를 모아 유가족에게 전달해왔다.

참사 소식을 접한 그는 이번에도 포스트잇과 펜을 챙겨 무안공항을 찾아왔다. 이 대표는 “타인의 눈물을 보듬는 삶을 살겠다고 (세상을 떠난) 아들과 약속했다”며 “유가족들과 온 국민이 상처를 회복하고 2025년도에는 이런 슬픔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