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개. 지난해 12월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 수다. 카카오가 문어발처럼 계열사를 늘린 2021년 말(153개)과 비교하면 33개가 줄었다. 한동안 마구잡이식 사업 확장, 임원의 도덕적 해이 등으로 질타받던 카카오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1년 전 ‘CA협의체’라는 이름의 컨트롤타워를 만든 뒤의 변화다.
계열사 33곳 정리…카카오 '문어발 확장' 끝냈다

새 판 짜기 나선 카카오

1일 업계에 따르면 2일은 카카오가 ‘자율경영 체제’를 철폐하고 CA협의체를 구성한 지 1년이 된다. CA협의체는 카카오그룹 차원의 독립 기구다. 내부 이해관계를 조율 및 통제하는 게 주요 역할이다.

이전까지는 카카오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각 계열사가 자율적으로 움직여왔다. 하지만 회사 덩치가 커지면서 자율경영의 장점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제라도 컨트롤타워를 세워 경영 안정화를 꾀하고 그룹 방향성을 명확히 하겠다는 게 CA협의체를 만든 배경이다.

계열사 33곳 정리…카카오 '문어발 확장' 끝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은 지난해 1월 2일 CA협의체 설립을 선언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새 판’을 짜기 시작했다. 김 창업자와 정신아 카카오 대표(사진)가 공동의장을 맡고, 13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모아 그룹협의회를 열었다. 2월 첫 회의에선 신규 투자 집행 및 유치, 지분 매각, 거버넌스 변경 등에 대한 프로세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계열사가 최종 의사결정 전에 CA협의체 각 위원회로부터 리스크 검토를 받고, 준법과신뢰위원회 보고를 거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정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카카오의 의사결정 논의 체계가 크게 바뀌었다.

CA협의체 아래엔 △경영쇄신위원회 △전략위원회 △브랜드커뮤니케이션위원회 △ESG위원회 △책임경영위원회를 설치했다. 특히 전략위원회는 그룹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현안과 투자 등을 검토하는 역할을 맡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창업자도 모르는 새 계열사 인수합병(M&A)을 추진하던 과거 의사결정 방식과 확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조직 개편을 통해 미등기 임원 공시 대상을 ‘사실상 임원’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까지 확대한 것도 CA협의체 출범 후 주요 변화다. 경영 책임감과 도덕성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지난해 11월에는 투자 책임감을 높이고 감사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투자 및 감사 관련 준칙’을 정립했다. 투자 논의 때 법무 조직을 필수적으로 참여시키고, 이해 상충 방지 원칙을 구체화해 투자 과정의 윤리성을 담보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조직 정비…올해 AI 사업 집중

카카오가 문어발 확장을 멈춘 것도 CA협의체가 중심을 잡아서다. CA협의체는 정기회의 때마다 불필요한 계열사가 없는지 점검하며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

이 조직은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핵심 사업을 세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했다. 그룹 차원의 핵심 사업은 △인공지능(AI)·헬스케어 중심 미래성장동력 △지식재산(IP)·정보기술(IT) 결합 글로벌 문화 생태계 △일상 혁신을 위한 디지털 전환이다. 카카오 기업집단 전체에서 3대 카테고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87%에 이른다. 카카오 측은 핵심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계열사 시너지 확대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다만 1년 새 크게 낮아진 주가는 고민거리다. 지난해 12월 30일 종가 3만8200원은 같은 해 1월 2일(5만7900원)과 비교하면 34% 떨어진 수준이다. 일각에선 카카오가 신성장동력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카카오는 새해 중요 사업 과제로 AI 서비스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AI 비서 ‘카나나’를 출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 국민 AI 생활화’를 이끌 서비스를 순차 공개한다는 목표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나나 외에도 카카오톡 내 AI를 접목한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와 기능을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