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다수가 모금에 참여해 상품을 구매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불황에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음식, 뷰티, 지식재산권(IP) 굿즈 등 기존 베스트셀러 제품 외에도 일상생활에서 활용성이 높은 서비스 펀딩이 늘어 주 수요층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1일 국내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 따르면 지난해 자사 플랫폼에 등록된 메이커(펀딩 프로젝트를 개설한 사업자와 개인)는 약 2만1600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과 비교해 36% 증가했다. 객단가(1인당 매출)는 13만원으로 6년 전보다 110% 뛰었다.

와디즈 관계자는 “지난해는 무형의 서비스와 콘텐츠 펀딩 분야에서 성장세가 가팔랐다”며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펀딩 트렌드가 푸드, 패션, 키즈펫 등 7개 분야로 세분화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애니메이션 ‘호머 심슨’ 제작자가 포토샵으로 개개인에게 맞춤화한 캐리커처 작품을 그리는 펀딩에 3억6000만원이 누적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같은 해 9월 열린 제주 포도호텔 이용권 펀딩엔 총 276명이 참여해 1억4000만원을 훌쩍 넘겼다. 지난달 16일엔 와디즈가 엄선한 레스토랑 6곳을 대상으로 펀딩이 이뤄졌다.

와디즈 관계자는 “지난해 초 소비자의 취향과 관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기존 17개이던 펀딩 카테고리를 139개로 세분화한 결과”라며 “예약구매, 커머스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며 누적 펀딩 프로젝트가 7만 건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펀딩을 ‘짠테크’로 활용하는 MZ세대가 매출을 견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드게임 마니아인 대학원생 진현동 씨(26)는 “판매 부진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펀딩으로 새 보드게임이나 확장판을 출시하는 사례가 많다”며 “대부분 얼리버드 할인을 지원하는데 결제가 펀딩 마감 이후에 이뤄져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지난해 와디즈 이용자의 약 75%가 MZ세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