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자회사인 아비커스는 국내 유일의 선박 자율운항 솔루션 기업이다. 2021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이지만 목표는 원대하다. ‘뉴보트 솔루션’이라는 신기술을 무기로 2000만 척 규모의 요트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요트와 보트를 자동으로 도킹(접안)하고, 내비게이션 기능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사진)는 1일 “도킹 스트레스 때문에 요트를 다시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요트에서 바다를 즐기고 싶어도 운전이 어려워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며 “뉴보트 솔루션이 테슬라처럼 요트 시장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선박 자율주행 원년"…265조 시장 노리는 HD현대
조선·해운업계에선 2025년을 ‘선박 자율주행 원년’으로 부른다.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상업 운행을 처음으로 시작하는 해여서다. 컨테이너선 등 상선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확대되면 시장 규모가 26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도 치열하다. 조선 강국인 한국과 해운에 강한 유럽·일본이 각자 주도권을 쥐려는 양상이다.

○자율주행에 공들이는 HD현대

"올 선박 자율주행 원년"…265조 시장 노리는 HD현대
한국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 주도로 2020년 1600억원을 투입해 2025년까지 3단계 자율운항 선박(선원 없이 원격 제어 가능)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일본도 2025년 자율주행 선박의 상업 운용을 공식화해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선 HD현대가 가장 적극적이다. 100% 자회사인 아비커스에 총 510억원을 수혈해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아비커스가 개발한 대형 선박용 ‘하이나스 솔루션’은 현재 20척에 적용돼 운항 중이다. 최근 국내 해운사인 에이치라인해운이 대규모 선단 30척에 이를 도입하기로 해 사용처가 확대되고 있다. 임 대표는 “협력의향서(LOI) 체결을 기준으로 200척가량 수주 실적을 낸 만큼 안정성 이력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나스 솔루션의 핵심은 바람, 조류, 해류에 따라 선박 엔진의 rpm(회전 수)을 조절하는 것이다. 선박을 자동으로 인지, 판단, 제어해 항해사 업무 대부분을 대체하는 2단계 자율운항 시스템이다. 이를 대형 컨테이너선에 적용하면 연간 100억원의 연료비 가운데 15%가 줄어든다. 그만큼 해운사가 배출하는 탄소도 감축된다. 임 대표는 “하이나스에 투자한 비용을 1~2년 안에 뽑아낼 정도”라고 설명했다. 다른 친환경 장치인 로터 세일(돛 형태의 풍력 추진설비), 에어루브리케이션(공기로 파도 저항을 줄이는 장치) 등은 설치 비용이 더 비싸지만 연료비 절감 효과가 5%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 데이터 장악한 중국이 변수

해수부, 시장조사기관 어큐트마켓리포츠에 따르면 세계 자율운항 선박 시장 규모는 2032년 최대 1805억달러(약 265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해사기구(IMO)가 내년 자율운항 법규를 마련해 2032년 발효할 계획에 근거한 예상치다.

이에 따라 각국의 기술 표준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IMO는 각국 조선, 해운, 기자재 업체의 의견을 받아 법규를 제정하는데, 각국은 자국 기업이 유리하도록 법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해운 강국인 유럽·일본 기업은 선박용으로 인증받은 자사 센서와 부품을 반드시 갖추고, 거기에 AI 알고리즘을 입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HD현대 등 조선업 중심인 한국은 센서 같은 항해 관련 기자재가 거의 없어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컨테이너선을 포함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선을 건조하는 중국은 또 다른 변수다. 중국은 2008년부터 ‘LOGINK’라는 해상물류 데이터플랫폼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업체가 운영사인 해외 항만은 100여 개에 달한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