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펀드매니저 중 90%는 올해 코스피지수가 전년보다 나아질 것으로 봤고, 40%는 8%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9.63% 하락하는 등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1일 국내 펀드매니저 1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말 코스피지수 상단을 2600보다 높게 예측한 사람은 가장 많은 39.1%였다. 지난해 말 종가(2399.49) 대비 8.3% 이상 상승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응답자의 90.1%는 연말 지수 상단을 2400 이상으로 내다봤다.

유망 분야로는 인공지능(AI)을 꼽은 사람이 63.6%로 가장 많았고 조선주(20.6%), 바이오주(16.8%) 순이었다.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가장 많이 언급한 것은 SK하이닉스였다. 10대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유망 종목을 5개씩 꼽아달라”고 하자 SK하이닉스(7표)를 가장 많이 추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네이버는 각각 5표, 4표를 받았다.

펀드매니저들은 고환율과 국내외 정치 상황, 밸류업 정책 등이 코스피지수 상승폭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전희성 기자
그래픽=전희성 기자

"국내 주식 비중 확대"가 34%…"비중 축소" 응답보다 2배 이상
밸류에이션 '세계 최저' 수준…美 증시 여전히 강세 전망


지난해 국내 증시 수익률은 처참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국 증시가 랠리를 펼치는 동안 철저히 소외됐다. 국내 투자금은 수익률을 좇아 빠르게 미국 증시로 옮겨갔다.

국내 주요 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은 올해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은 유지하면서도, 비관론이 극에 달한 국내 증시 비중 역시 확대할 것이라고 답했다. 올해도 인공지능(AI) 랠리가 계속되고, 2차전지는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韓 증시 비관론 극에 달해”

한국경제신문이 1일 국내 자산운용사 24곳에 소속된 펀드매니저 1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4.6%가 올해 1분기 국내 주식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비중을 줄이겠다는 응답(14%)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국내 주식시장을 낙관하는 이유로 낮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꼽혔다. 한 펀드매니저는 “한국 주식 밸류에이션은 역사상 최저 수준”이라며 “계엄을 비롯한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비관론이 극에 달했지만, 새해에는 외국인이 돌아오면서 수익률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펀드매니저들은 올해 상반기 코스피지수가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코스피지수 상단을 묻는 항목에 2500~2599라고 응답한 비율이 30.8%로 가장 높았다. 2400~2499(20.6%), 2600~2699(18.7%)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2700선을 예상한 답변은 12.1%, 2800선 이상을 예상한 응답은 8.3%였다.

미국 증시는 새해에도 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펀드매니저 33.6%는 올 1분기 운용자산에서 해외주식 비중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비중을 축소하겠다는 답변은 4.7%에 불과했다. 해외주식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답한 매니저들은 “빅테크 기업들은 성장성이 높기도 하지만 안정성도 탄탄하다”며 “밸류에이션 부담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의 자금 쏠림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중 확대보다 비중 축소 응답이 많았던 자산은 현금과 원자재였다.

“돈 버는 AI 기업, 올해도 상승”

올해 시장을 이끌 업종으로 AI를 꼽은 응답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체의 63.6%가 올해에도 AI가 주도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조선(20.6%), 바이오(16.8%), 자율주행(12.1%), 금융(12.1%), 엔터(11.2%) 등이 뒤를 이었다.

펀드매니저들은 “AI로 실적이 개선되는 종목의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AI 시장 성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적을 중심으로 종목 간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AI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AI 투자가 실적으로 이어지는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조정이 예상되는 업종으로는 2차전지(44.9%)에 가장 많은 표가 몰렸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전기차 보조금이 줄어들 가능성 등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크고,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도 계속될 것이라는 논리다. 반도체(20.6%) 부진을 예상한 펀드매니저들은 “반도체 재고 조정이 이어지고, 중국과의 경쟁 구도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양병훈/나수지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