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때맞춰 내리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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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작년 6월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 에너지부가 주최한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에너지부는 에너지정책 전반을 관장하며, 자체 금융 지원 기능도 수행하기에 우리 기업의 미국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에너지부 관계자와 회의하던 도중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미국은 노후화한 전력망과 설비의 현대화를 추진하는데, 한국 전력 기자재 기업의 기술력이 우수한 것을 알고 있으니 이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것이었다.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등 최근 에너지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이슈에 대해 준비해간 필자로서는 다소 당황스러웠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전기가 도입된 것은 1887년으로 현재는 소실된 덕수궁 건청전(乾淸殿)에서 전기를 사용한 최초의 서양식 전등이 점등됐다. 당시 사용된 발전기가 미국 에디슨전기회사가 제작한 것이었다고 한다. 전기 생산 종주국인 미국이 이제는 한국의 ‘K그리드’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을 보며 말 그대로 가슴이 웅장해졌다. 요즘 말로 ‘국뽕’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고금리 장기화 그리고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2024년은 우리 수출에 고난의 한 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역대 최대인 6850억달러 규모 수출을 달성하고, 세계 5위를 꿈꾸는 수출강국으로 부상한 것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우리 기업의 기술력 덕분이다. 이 기회를 통해 수출기업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중국의 4대 기서 중 하나인 <수호지>의 108두령 중 송강(宋江)이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그 별호가 ‘급시우(及時雨)’이다. 풀이하자면 ‘때맞춰 오는 비’라는 뜻이다. 양산박에 들어가기 전 어진 성품으로 수많은 어려운 이를 도운 데서 온 별명이다. 정책금융의 역할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지난해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중소·중견기업에 역대 최대인 94조원의 무역보험을 지원하며 최대 수출 실적을 뒷받침했다. 올해 우리 경제는 큰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은 심화하고 있고 중국의 저가 공세는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고 국내 정치 상황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내우외환에 처한 우리 기업을 위해 지난해의 역대 최대 지원 실적을 넘어 정책금융의 ‘급시우’가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에너지부 관계자와 회의하던 도중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미국은 노후화한 전력망과 설비의 현대화를 추진하는데, 한국 전력 기자재 기업의 기술력이 우수한 것을 알고 있으니 이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것이었다.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등 최근 에너지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이슈에 대해 준비해간 필자로서는 다소 당황스러웠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전기가 도입된 것은 1887년으로 현재는 소실된 덕수궁 건청전(乾淸殿)에서 전기를 사용한 최초의 서양식 전등이 점등됐다. 당시 사용된 발전기가 미국 에디슨전기회사가 제작한 것이었다고 한다. 전기 생산 종주국인 미국이 이제는 한국의 ‘K그리드’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을 보며 말 그대로 가슴이 웅장해졌다. 요즘 말로 ‘국뽕’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고금리 장기화 그리고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2024년은 우리 수출에 고난의 한 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역대 최대인 6850억달러 규모 수출을 달성하고, 세계 5위를 꿈꾸는 수출강국으로 부상한 것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우리 기업의 기술력 덕분이다. 이 기회를 통해 수출기업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중국의 4대 기서 중 하나인 <수호지>의 108두령 중 송강(宋江)이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그 별호가 ‘급시우(及時雨)’이다. 풀이하자면 ‘때맞춰 오는 비’라는 뜻이다. 양산박에 들어가기 전 어진 성품으로 수많은 어려운 이를 도운 데서 온 별명이다. 정책금융의 역할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지난해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중소·중견기업에 역대 최대인 94조원의 무역보험을 지원하며 최대 수출 실적을 뒷받침했다. 올해 우리 경제는 큰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은 심화하고 있고 중국의 저가 공세는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고 국내 정치 상황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내우외환에 처한 우리 기업을 위해 지난해의 역대 최대 지원 실적을 넘어 정책금융의 ‘급시우’가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