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수백여 명의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몰려 법원 체포영장 발부 규탄 집회를 열었다. 탄핵 찬성 시위대도 이날 맞은편에 맞불 집회를 열고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솔 기자
1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수백여 명의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몰려 법원 체포영장 발부 규탄 집회를 열었다. 탄핵 찬성 시위대도 이날 맞은편에 맞불 집회를 열고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솔 기자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은 탄핵 찬반 시위대가 몰리면서 팽팽한 긴장이 맴돌았다. 내란 수사와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시위대 수백여 명은 ‘부정선거·입법독재’ ‘이재명 체포’ 등 팻말을 든 채 “탄핵을 거부한다”고 외쳐댔다. 반면 이곳에서 20m 정도 떨어진 길거리에는 ‘윤석열을 거부한다’ ‘윤석열 체포·구속’ 등을 내건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은 당장 대통령을 체포하라”고 소리쳤다.

신년 벽두부터 탄핵 찬반 대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추진하면서 보수·진보 단체가 저마다 세 대결에 나섰다. 이날 격앙된 상태로 집회 현장에 모여든 양측은 욕설을 주고받고 발길질하는 등 기싸움을 벌였다. 주변에 있던 경찰이 부랴부랴 중재에 나서 ‘질서유지선’이라고 적힌 이동형 울타리를 설치해 양측을 떼어 놓는 모습도 연출됐다.

전날 시작된 찬반 집회 규모가 시간이 갈수록 커지면서 관저의 경비는 한층 삼엄해졌다. 관저 정문 입구 앞에는 약 35m 길이의 울타리가 겹겹이 쳐졌고 주변으로는 대통령 경호처와 경찰 수십 명이 자리를 지켰다. 관저 정문 앞에는 경찰 기동대 버스 6대가 촘촘히 주차돼 차벽을 형성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는 “몸싸움을 벌여서라도 경찰이 관저로 진입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관저로 돌진하려던 일부 지지자를 경찰이 제지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체포영장이 집행되면 대통령 지지자와 대통령실 경호처, 영장을 집행하려는 공수처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충돌 방지와 집회 관리를 위해 기동대 4~6개 중대를 현장에 배치했다”고 말했다.

공조본은 전날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아직 집행하지 않았다. 집행이 미뤄질 경우 초대형 집회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100만여 명의 조합원을 보유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윤 대통령을 즉각 체포하지 않으면) 3일 대통령 공관에 전국 조합원을 집결시켜 직접 체포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장외에선 법리 다툼도 치열

공조본의 영장 집행을 막는 법적 장애물은 이제 사라졌다는 평가다. 전날 서울서부지방법원이 발부한 영장에는 ‘형사소송법 제110조와 111조 적용은 예외로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기 때문이다. ‘군사상·직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의 경우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수색할 수 없다’는 이들 조항을 토대로 관저 압수수색을 거부해온 대통령 경호처의 명분도 막힌 셈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달 12일과 17일 두 차례 대통령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려다가 경호처의 반대로 실패했다.

이 같은 영장 내용이 알려지자 윤 대통령 측은 강력히 반발했다. 윤 대통령을 대리하는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형사소송법 어디에도 영장전담판사에게 그러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며 “불법 무효로서 사법의 신뢰를 침해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윤 변호사는 “해당 판사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해야 한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이 체포영장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은 인용 가능성이 작다는 관측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일 탄핵심판 변론준비기일을 앞둔 헌법재판소가 이를 정상 심리할지는 미지수”라며 “영장 효력일인 6일이 지나면 자동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이날 “기한 내 영장을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처장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인력을 동원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전날 대통령 경호처에도 영장 집행에 협조해 달라는 공문도 보냈다”고 했다. 대통령 경호처가 막아설 경우 직권남용과 특수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게 공조본의 입장이다.

공조본은 관저를 강제로 개문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경우 소방·특공대 등을 동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색영장이 발부된 만큼 문을 부수고 진입해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공무집행방해’라는 부담을 안고 경호처가 불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공조본은 보고 있다.

조철오/박시온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