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시·도 교육청이 전액 부담할 예정이던 고등학교 무상교육 예산을 2027년까지 국비로 절반가량을 부담하게 됐다. 정부는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무상교육 비용 일부를 국비로 지원하는 특례 일몰 기한을 3년 연장하는 법안이 지난달 31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달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교육청 예산 남아도는데…고교 무상교육에 국비 9000억
1일 기획재정부와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까지 고교 무상교육 비용 중 47.5%를 국비로 부담하고 나머지 47.5%는 시·도교육청이, 5%는 지방자치단체가 낸다. 올해 국비 분담금은 9447억원이다.

2020년부터 시작된 고교 무상교육 소요예산 중 47.5%에 대한 국비 부담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작년 말 일몰 예정이었다. 문재인 정부 때 확정된 것이다. 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교육청이 거세게 반발하며 일몰 연장을 요구했고, 야당 주도로 지난달 31일 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고교 무상교육 국비엔 당분간 올해 편성된 목적예비비가 투입된다. 올해 무상교육 예산엔 작년도 정산분 52억6700만원만 편성됐기 때문이다. 야당은 지난달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일방적으로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1조6000억원으로 편성된 목적예비비 중 1조2200억원을 고교 무상교육과 5세 무상교육에 우선 배정하기로 부대조건을 달았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고교 무상교육 예산이 신규 배정되기 전까지는 재해·재난에 투입되는 목적예비비를 써야 한다는 뜻이다.

주무 부처인 교육부는 해당 법안이 통과된 직후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만으로도 고교 무상교육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는 매년 내국세의 20.79%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교육청에 나눠준다. 2020년 57조5011억원에서 지난해 72조838억원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초·중·고등학교 학생 수는 534만6000명에서 513만2000명으로 21만명 이상 감소했다. 학령인구가 매년 급감하지만 세수에 연동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꾸준히 불어나는 상황에서 무상교육은 재정 여력이 충분한 교육청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정부 안팎에선 최 대행이 해당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는 재의 요구를 건의할지는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안이 정부에 이송된 후 국무회의 등을 거쳐 입장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로 이송된 법안은 15일 이내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강경민/고재연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