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빅스 켄 /사진=S27M 제공
그룹 빅스 켄 /사진=S27M 제공
"요즘 제 상태요? 최상인 것 같아요. 준비가 되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예능이나 노래할 때나 뮤지컬 무대에 설 때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하고 있어서 최상의 상태라고 느껴요. 열심히 하다 보면 찾아주지 않을까, 불러주지 않을까 기대하죠."

2012년 그룹 빅스(VIXX)로 데뷔해 13년을 달려온 켄(본명 이재환)의 목소리에서는 힘찬 기운이 느껴졌다. 지나온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단단한 새 동력을 얻은 듯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데뷔 때부터 몸담아온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새로운 소속사에 둥지를 튼 그는 지난달 26일 두 번째 미니앨범 '퍼즐(PUZZLE)'을 발매했다. 무려 4년 만의 솔로 컴백이었다. 켄은 "항상 신박(새롭고 신선하다는 뜻의 신조어)한 모습, 해보지 않았던 장르를 해보고 싶었는데 새 회사에서 새로운 장르의 곡을 낼 수 있어서 기분이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

'퍼즐'은 여러 조각이 맞춰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내는 퍼즐처럼 보컬리스트 켄을 구성하고 있는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과 매력을 표현한 앨범이다. 타이틀곡 '시나브로'를 포함해 총 5곡이 수록됐다.

켄은 여러 차례 '신박함'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록' 장르를 전면에 내세웠다. 타이틀곡 '시나브로'와 수록곡 '바이 마이 온리 유니버스(Bye My Only Universe)', '메이크 미 스트롱(Make Me Strong)'까지 무려 3곡이 각기 다른 색깔의 록 음악이다.

켄은 "밴드 음악이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조금 신나는 노래를 해보고 싶었다"면서 "옛날부터 밴드 기반의 음악을 해보고 싶었다. OST로는 불러본 적이 있었다. 노래를 더 잘하고 싶고, 대선배님들처럼 진정성 있는 목소리를 갖고 싶어서 레슨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팬송 '디어 리를 스타(Dear Little Star)'에도 특별함을 더했다. 켄은 "버블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팬들과 소통을 정말 많이 한다. 일어나면 '굿모닝. 잘 잤어, 우리 아기들?'이라고 보낸다. 자나 깨나 팬들 생각을 하는데, 수록곡 중에 자다가 깨서 목도 안 푼 채로 바로 부른 노래가 있으면 어떨까 싶었다. 바로 불러주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자다 깨서 녹음실로 바로 가서 부른 곡"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자신 있는 장르인 발라드곡 '이 밤이 지나도'는 원 테이크로 불러 녹음했다고 강조했다. 켄은 "총 두 번을 불렀고 그중 나은 걸로 수정 없이 바로 갔다. 나의 마음을 해석한 가사, 감정들을 한 번에 보여드리고 싶었다. 힘들었지만 열심히 했다. 그 정도로 신박한 앨범을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룹 빅스 켄 /사진=S27M 제공
그룹 빅스 켄 /사진=S27M 제공
타이틀곡 '시나브로'는 강렬하면서도 감성적인 밴드 사운드가 인상적인 록 장르로, '조금씩 조금씩'이라는 뜻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표현했다. 켄의 폭발적인 고음과 섬세한 감성 표현이 적절히 어우러진 매력적인 곡으로 완성됐다.

타이틀곡 선정 이유를 묻자 "중독성이 강했다. 사랑을 시작하던 순간에 대한 회상을 한 편의 영화처럼 그려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사가 중독성이 깊었다"고 답했다.

발라드를 주로 부르다가 록을 소화하는 게 어렵진 않았을까. 켄은 "소리적으로 내가 몰랐던 부분들을 정말 많이 알게 됐다. 선생님께 배우면서 '노래를 이런 식으로 재밌게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바이브레이션도 하나하나 바꿨다"고 전했다.

누군가는 '솔로 컴백이 왜 이렇게 늦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켄은 지난해 뮤지컬 배우로 바쁜 시간을 보내왔다. 무려 두 작품을 완주했고, 그 중엔 대작 '노트르담 드 파리'도 있었다. 이번 컴백 역시 '고스트 베이커리' 준비와 병행했다.

뮤지컬만 두고 봐도 전체적인 활동 측면에서는 부족함이 없었을 텐데, 그런데도 '솔로 가수 켄'을 내려놓지 않고 열정적으로 준비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켄은 "항상 잘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잘 되고 싶다는 기준은 노래했을 때 목소리만 듣고도 대중분들, 팬분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는 거다.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사실 앨범과 뮤지컬을 병행하는 게 정말 어렵다. 소리를 계속 바꿔야 하는데 그 한계를 조금 깨고 싶었던 것 같다"며 "또 뮤지컬을 하면서 배운 연기적인 부분이 가요를 부를 때 감정을 넣어 노래할 수 있게 해줘서 좋았다. 병행해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룹 빅스 켄 /사진=S27M 제공
그룹 빅스 켄 /사진=S27M 제공
'솔로 가수 켄'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노래를) 찾아 듣는 가수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연말마다 사람들이 과거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함께 부른 '크리스마스니까'를 찾아 듣는 덕에 음원이 역주행하지 않느냐고 짚어주자 "그건 너무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란 뜻으로 우월한 대상을 일컫는 말)"이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박효신, 성시경 형이 '넘사벽'으로 크리스마스의 느낌을 너무 잘 냈던 것 같다. 여기에 우리 팀의 영향도 조금 있지 않나 싶다. 시작할 때 '오늘은 뭔가 좀 다른 기분'이라는 한 소절을 내가 불렀다. 도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정말 열심히 불렀다. 첫 소절을 부를 때 부담감이 정말 컸다. 밤새 잠도 못 자고 계속 그 부분을 불렀다. 곡을 받고 한 달 동안은 '오늘은 어떤 오늘이지? 어떤 다른 기분이지?'라고 계속 생각하기도 했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배움', '도전', '재미' 등 긍정적인 단어의 조각들로 꽉 찬 채워진 인터뷰였다. 앨범에 빼곡하게 채워진 진심을 보니 보컬리스트로서 그의 미래가 더욱 기대됐다.

"예전의 저를 생각해 보면 한 곡을 완곡하는 것도 어렵다고 생각했거든요. 감정을 쏟아내고, 소리를 쓸 때도 고음에서는 어떤 소리를 내야 예쁜지 등을 생각하며 꾸준히 해나가고 있어요. 서서히 바뀌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게 재미있어요. 지금은 완벽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효신이 형, 시경이 형처럼 대중분들이 사랑하는 가수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