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수요 증가…차 판매는 주춤…OLED 큰 장 선다

반도체 - 범용 메모리 '상저하고'…HBM 성장세 지속

2024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선 ‘양극화’가 뚜렷했다. 인공지능(AI) 서버와 관련한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는 초호황기를 보냈지만 스마트폰·PC용 범용 반도체 업황은 하향 곡선을 그렸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서버 투자가 늘면서 AI 관련 메모리 수요는 증가했지만, 정보기술(IT) 제품 소비는 주춤한 영향이 컸다.

올해도 AI용 메모리 시장은 지속해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3위 D램 업체 마이크론은 2025년 HBM 시장 규모가 300억달러(약 44조원)로 2024년(160억달러) 대비 87.5%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HBM 최대 고객 엔비디아가 B300 같은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HBM 탑재량을 기존 129기가바이트(GB)에서 288GB까지 늘리는 것이 유력하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도 추론에 특화된 맞춤형 AI 가속기(AI 학습·추론에 특화한 반도체 패키지)를 개발하면서 고성능 HBM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성능 낸드플래시를 기반으로 만드는 기업 서버용 데이터 저장장치인 eSSD 시장도 꾸준히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eSSD 시장 규모는 73억7920만달러를 기록해 전 분기(57억3840만달러) 대비 28.6% 커졌다. 2023년 4분기(23억660만달러)부터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최근 eSSD 시장 성장세가 약간 둔화했지만, 중장기적으론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대체하며 계속 커질 것”이라며 “낸드플래시 기업 간 eSSD 점유율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범용 D램, 낸드플래시 업황은 올 상반기까지 부진했다가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PC용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D램의 고정거래가격 등락률(전 분기 대비) 전망치를 기존 ‘3.1% 하락’에서 ‘13.4% 하락’으로 조정했다. 올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12% 오르며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됐다.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은 올 1분기 약 21%, 2분기 약 10%의 하락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IT 소비 침체가 올 상반기까지는 이어진다는 의미다.

황정수 기자

자동차 - 차 수출 3.1% 감소…내수는 소폭 증가 그칠 듯

지난해 한국 자동차산업은 2년 연속 ‘연 400만 대 생산’ 고지를 넘어서며 선전했다. 경기 부진과 고금리, 높은 가계 부채 등으로 내수가 6.3% 감소한 164만 대에 그쳤지만, 최대 수출 시장인 북미 시장에서 선전하고 하이브리드카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잘 팔리며 수출이 0.7% 증가한 279만 대를 기록한 덕분이다.

하지만 올해엔 작년과 정반대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가 최근 발간한 ‘2024년 자동차산업 평가 및 2025년 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 자동차산업 내수는 1.3% 증가한 166만 대, 수출은 3.1% 감소한 270만 대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 총생산도 지난해보다 1.4% 감소한 407만 대(예상치)로 집계됐다.

협회는 “내수는 소폭 증가하는 것으로 통계상 나오지만, 작년도 급감에 따른 기저효과인 측면이 크다”며 “미국 대선 이후 한·미 통상환경 악화와 중국 전기차 팽창, 해외 생산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수출은 4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나온 가장 큰 우려 사항은 경영 환경이 급속도로 비우호적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협회 관계자는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갈등, 자국 우선주의, 국가 간 통화정책 차별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리스크 요인이 겹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도 소비 여력이 위축되며 대출 기준 강화 및 고령화 등이 신규 수요 창출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협회는 △안정적인 국내 수요 확보를 위한 내수 활성화 △미래차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지원 확대 △상생적 노사관계 구축 △글로벌 통상환경 및 수출 여건 악화에 따른 대응력 제고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기차 보조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보조금을 유지하고, 노후차 교체 지원 재시행, 개별소비세 한시적 인하, 생애 첫차 구매 지원 등 수요 진작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미래차 분야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를 확대하고 합리적인 노사관계 구축을 지원하며, 보호무역 확대에 따른 신시장 개척 프로그램을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김재후 기자

디스플레이 - 중국과 OLED 전쟁…미국 제재가 변수

2024년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의 화두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개화로 요약된다. 애플을 필두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기존 LCD(액정표시장치) 대신 OLED를 자사 스마트폰, 모니터, TV에 속속 채택하기 시작했다. 2025년에도 OLED로의 전환 트렌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2025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에서 올해 디스플레이 업계 전망을 ‘대체로 맑음’으로 예보했다. 인공지능(AI) 스마트폰 교체 수요와 프리미엄 OLED TV 판매 확대 등에 힘입어 올해 한국 디스플레이 수출 규모는 4%가량 증가한 194억8000만달러로 예상된다.

관건은 누가 파이를 많이 가져갈지다. 2025년에는 OLED 시장을 두고 한국과 중국 간 피튀기는 싸움이 전망된다. LCD 시장을 중국에 뺏긴 이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일찌감치 OLED에 뛰어들었다. LCD를 접수한 BOE, CSOT 등 중국 기업들은 OLED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2023년 상반기 OLED 핵심 시장인 중소형 사이즈에서 한국은 중국에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뺏겼다. 시장조사업체 시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세계 스마트폰 OLED의 50.7%(출하량 기준)를 점유했다. 2023년 상반기(40.6%) 대비 10.1%포인트 상승했다. 이 기간 한국 업체의 점유율은 59.4%에서 49.3%로 줄었다. 개별 회사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점유율 43.8%로 1위를 지켰지만, 1년 전(51.6%)보다 대폭 하락했다.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자국산 OLED를 적용한 스마트폰을 잇달아 출시한 것이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이 중국산 디스플레이에 대한 제재에 나설지다. 최근 미국 하원은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제재를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중국 첨단 산업 제재가 디스플레이로 확대된다면 중국과의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디스플레이업계의 숨통을 트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디스플레이 최대 고객인 애플을 두고 경쟁하는 한국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박의명 기자

스마트폰·가전 - 삼성 갤럭시 S25 공개…슬림폰 경쟁 예고

2025년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최대 화두는 두께를 얇게 만드는 ‘슬림폰’ 기술이다. 지난해 똑똑한 인공지능(AI) 혁신 기술을 스마트폰에 선제적으로 적용한 삼성전자가 ‘갤럭시AI’로 시장 우위를 잡았다면 올해는 누가 얼마나 더 얇고 가볍게 만드느냐에 따라 시장의 승자가 가려질 전망이다.

1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월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5 시리즈를 공개하는 언팩 행사에서 ‘슬림’ 모델을 새롭게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 출시는 2분기로 추정된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가 기존의 폴더블 라인업에서 ‘갤럭시Z폴드 SE’를 추가로 선보인 데 이어 바 형태의 S시리즈에서도 슬림형 모델을 출시하는 것. 두께 10.6㎜와 무게 236g인 갤럭시Z폴드 SE는 갤럭시 Z 폴드6와 비교했을 때 1.5㎜ 얇고 3g 가볍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 시리즈에서 슬림형 모델을 출시하는 것은 2014년 3월 갤럭시알파(6.7㎜) 이후 약 11년 만이다.

슬림 모델은 가장 얇은 모델인 약 6㎜대 두께로 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갤럭시S24 라인업 중 가장 얇은 모델은 7.6㎜로, 슬림은 이보다 0.7㎜ 더 얇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애플도 슬림형 모델인 아이폰17 에어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기술(IT)매체 폰 아레나에 따르면 아이폰17 에어의 두께는 6.25㎜로, 아이폰16 프로 두께인 8.25㎜보다 2㎜ 더 얇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역대 아이폰 중 가장 슬림했던 아이폰6(6.90㎜)보다 얇다.

올해 가전업계는 AI 기반 스마트홈 구축을 위한 기술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AI 기능이 적용된 신제품을 대거 출시한 세계 양대 가전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연결성을 통한 ‘AI 홈’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모든 가전을 삼성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 싱스’에 연결해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솔루션을 내놓을 계획이다. LG전자는 생성형 AI를 적용한 대화형 비서 ‘LG 씽큐 온’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AI 가전을 효율적으로 다루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김채연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