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2022년 10월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다시 1년 연장된다. 취득세 중과가 제외되는 지방의 저가 주택 기준도 지금보다 두 배로 높이고, 전기 소매요금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할 방침이다. 민간의 건설·거래 저해 요인을 줄여 부동산 경기를 살리고, 지역 경기에도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2024~2025년 신규 개발사업 개발부담금, 수도권 50%·비수도권 100% 감면

정부가 2일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다주택자 중과배제를 내년 5월로 연장할 예정이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다주택자가 2026년 5월까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팔아도 양도세 기본세율(6~45%)이 적용된다.

현행 세법상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매각할 경우 2주택자의 양도세율은 기본 세율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를 추가한다. 이 같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는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됐지만, 윤석열 정부는 2022년 5월 출범 후 1년 단위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를 유예해왔다.

이와 함께 지난해와 올해 신규 개발사업의 개발부담금을 수도권은 50%, 비수도권은 100%씩 각각 감면할 방침이다. 공동주택용지 전매제한도 계약 후 2년부터 1회에 한해 최초가격 이하 전매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1년간 한시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사업자가 공공택지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0호 이상 건설·매입해 공급하는 민간임대주택(10년 임대)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가액기준(공시가격 기준)도 상향된다. 건설형은 현재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매입형은 6억원(비수도권 3억원) 이하에서 9억원(비수도권 6억원) 이하로 각각 높아진다.

공사실적 7개월 연속 감소...'인공호흡' 필요 커져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각종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건설시장에 ‘인공호흡’을 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공사 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은 전월 대비 0.2% 줄었다. 건설기성은 지난 5월(-0.4%)부터 7개월 연속 감소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7년 이후 역대 최장 감소 기록이다.

정부는 지분적립형 주택에 대해 법인세 추가 과세를 제외하고, 입주자를 선정할 때 청년 특별공급도 신설할 예정이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란 수분양자가 분양가의 10~25%만 내고 입주한 다음 공공주택 사업자로부터 20~30년에 걸쳐 남은 지분을 취득하는 공공분양주택을 말한다. 정부는 건축물의 탄력적 용도 전환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상가 공실 등을 주거나 업무, 문화시설 등의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경기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도 시행된다. 종합부동산세의 1세대 1주택 특례가 적용되는 지방 저가 주택 기준을 공시가격 3억원 이하에서 4억원 이하로 높이고, 취득세 중과가 제외되는 저가 주택 기준도 지방주택에 한해 공시가격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상향된다.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한 지원방안도 추진된다. 기존 1주택자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했을 경우 세제상 1세대 1주택 특례를 유지하고, 주택건설사업자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면 원시 취득세를 최대 50% 감면해주기로 했다.

전기 소매요금의 지역별 차등 적용도 추진한다. 수급 여건을 반영해 지역별 SMP(전력 도매가격)를 도입하고, 송배전 비용 등 원가분석도 거칠 예정이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의 전기요금을 낮추고 발전소에서 멀어질수록 요금을 올리는 제도다. 정부는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통해 전력 생산은 지방에서, 소비는 수도권에서 하는 전력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