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포즌 PIIE 소장 "韓, '친중' 돌아설 때 아니다...美 반응 아주 나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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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신년기획 그랜드 퀘스천]
정철 한경연 원장 “한·중 간 경제구조, 상호보완에서 경쟁으로 변해”
포즌 소장 “보편관세 가능성 높아져...그래도 1대1 협상 중시할 것"
정철 한경연 원장 “한·중 간 경제구조, 상호보완에서 경쟁으로 변해”
포즌 소장 “보편관세 가능성 높아져...그래도 1대1 협상 중시할 것"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면 한국의 일자리가 유출된다는 생각은 매우 잘못됐습니다.”(애덤 포즌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
“대미 투자를 늘리면 한국 내 관련 산업이 오히려 더 살아날 수 있습니다.”(정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도널드 트럼프 2.0 시대’는 한국 제조업에 위기일 것인가. 한·미 양국의 대표 싱크탱크로 손꼽히는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애덤 포즌 소장과 한국경제연구원의 정철 원장은 지난달 27일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화상 대담에서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성장하는 미국 경제에 투자함으로써 한국도 시장을 확보하고 동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 시장을 포기할 수도,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할 수도 없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두 사람이 내놓은 해법은 ‘다극화’다. 포즌 소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권의 통합을 강화하자고 제안했고, 정 원장은 공급망 재구조화 지원 기금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회=이상은 워싱턴 특파원 사회=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있는 마러라고 리조트에 각국 정치·경제 인사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지금 그런 외교 총력전을 펼칠 주체가 사라진 상태여서 우려가 큽니다.
포즌 소장=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먼저 트럼프 당선인에게 어떤 제안을 하기 어렵다는 것은 전술적으로 부정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작은 전술의 문제이지 근본적인 전략 문제는 아닙니다.
정 원장=트럼프 행정부를 상대할 적절한 리더십이 없는 상황은 분명 아쉽지만, 한국 기업인 중 트럼프 취임식에 참석하는 이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제단체 간 교류, 지방자치단체와의 교류 등도 이어지는 중입니다.
포즌 소장=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미국에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느냐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한국이 취할 방향은 명확합니다. 한국의 조선과 반도체 역량은 미국의 국가 안보에 필수적입니다. 한국은 미국 제조업에 투자를 계속해야 하고, 원화가치를 상승시켜야 합니다. 대미 투자와 원화가치 상승은 현재 한국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전략입니다. 미국과 ‘윈윈’하는 제안이 될 겁니다.
사회=대미 투자를 대폭 늘리면 미국으로 일자리가 유출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있습니다.
포즌 소장=기우입니다. 미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결과에 관해선 이미 많은 연구가 있습니다. 미국에 투자하는 것은 미국의 ‘보호되는 시장(요새)’에 대해 접근권을 확보한다는 뜻입니다. 또 해외 투자는 투자국의 서비스 수출 등을 동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로 늘어나는 일자리는 미국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정 원장=포즌 소장의 ‘요새’라는 표현에 공감합니다. 한국 기업이 그 요새 안으로 들어가야 할지 말지를 묻는 것은 어리석은 얘깁니다. 진입해야죠. 한국의 대미 투자로 미국에 설립된 한국 기업의 자회사는 한국에서 약 61.4%의 부품을 조달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반면 중국 기업의 한국 내 자회사는 한국에서 관련 부품을 구매하는 비중이 27%에 불과합니다. 이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한국의 대미 투자가 궁극적으로 한국에 긍정적이라는 겁니다.
포즌 소장=최근 미국 경제성장률이 한국보다 높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물론 대미 투자의 결과로 미국에서 일하는 한국인이 증가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생각은 완전히 잘못됐습니다.
사회=앞서 포즌 소장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전략이 중국과 멕시코에 집중될 것이고, 보편관세는 실제로 시행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포즌 소장=보편관세의 도입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봅니다. 다만 11월에 전망한 것보다는 시행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수주일 전에는 트럼프 정부가 10% 수준의 보편관세를 도입할 가능성을 10% 정도로 봤다면, 지금은 30%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사회=전망이 달라진 배경이 있습니까.
포즌 소장=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 케빈 해셋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지명자 등이 지속적으로 관세 수입으로 (법인세와 소득세) 세금 감면으로 인한 세수 감소분을 메울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이 연방정부 예산 전망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법을 변경해서 (보편) 관세를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저는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이나 멕시코 등 개별 국가와의) 협상을 더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정 원장=동의합니다. 트럼프 정부는 1 대 1 협상을 하고 싶어 할 것입니다. 양자 간 협상은 그들이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무역적자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특정 국가의 특정 산업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거죠.
사회=양자 간 협상 국면에서 우리가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무엇입니까.
정 원장=트럼프 행정부의 궁극적인 행정 목표가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죠. 또 미국과 중국이 서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은 자연스럽게 미국의 핵심 파트너로 부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반도체 조선 등 특정 산업에서 경쟁 우위를 갖고 있고, 미국은 이런 산업에서 중국 생산에 의존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한국 산업이 이점을 취할 부분도 여기서 나올 겁니다.
포즌 소장=맞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압박으로 한국이 방위비 지출을 늘리라는 압박을 받고, 얼마간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순 있겠죠. 하지만 그렇더라도 한국엔 기회가 있습니다. 한국은 주요 산업의 경쟁력, 미국과의 신뢰 관계, 안보 동맹 등 여러 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과 갈등하는 다른 개발도상국과 큰 차이가 나는 부분입니다.
사회=한국 기업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한 각종 보조금이 차기 정부에서 없어지거나 줄어들 것을 걱정합니다.
포즌 소장=정권이 바뀔 때 기존 약속이 일부 지켜지지 않는 것은 종종 일어납니다. 이미 공장을 짓고 있고, 또 공장 운영을 보조금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이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애초에 지급하기로 한 것은 한국과 미국의 생산비 차이를 메워주려는 의도였습니다. 또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중국이나 일본에 의존해야 할 텐데 (한국과 같은 우방국인) 일본 기업의 생산 능력은 한국에 비해 부족합니다. 한국 기업과 정부가 이런 부분을 강력히 어필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그렇다면 효과가 있을까요.
포즌 소장=제가 오히려 걱정하는 것은 한국의 정치가 경제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트럼프 정부와 미국 민주당에는 한국 정부가 중국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가장 큰 위험은 한국 정부가 친(親)중국 정책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미국의 반응은 아주 나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한국이 친중국 국가가 될 것이라고 보십니까.
포즌 소장=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 그럴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정 원장=한국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간에 한국과 미국의 안보 동맹은 매우 굳건할 겁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미국을 방문했고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회담을 했습니다. 역학관계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한·중 관계가 예전처럼 협력적이긴 어려울 겁니다.
사회=어떤 이유에서입니까.
정 원장=과거에는 한·중 경제 구조가 상호보완적이었습니다. 지금은 많은 산업에서 한국과 중국은 구조적으로 경쟁하는 관계입니다. 특정 정부가 어떤 정책을 쓰느냐보다 양국 경제가 본질적으로 어떤 관계인가가 중요합니다.
포즌 소장=동감합니다. 한국의 차기 정부가 언제 출범할지는 모르겠지만 (친중 경제정책은) 주의해야 하는 선택이라고 경고하고 싶습니다.
정 원장=우리는 경제적 관계와 정책을 고민할 때 정치가 아니라 경제를 우선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 경제는 여러 딜레마에 처해 있습니다. 인구 구조가 바뀌고 있고 차세대 성장 엔진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문제나 지정학적인 관계에 대한 판단으로 경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사회=한국 경제는 지난 20여 년간 중국 경제와 함께 성장했고, 미국의 압박을 받는다고 해도 쉽게 관계를 단절할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정책을 쓰는 게 적합할까요.
포즌 소장=중국 경제와 멀어지는 데 따르는 비용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호주나 싱가포르 같은 다른 아시아 국가와의 교류를 확대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는 겁니다. CPTPP 회원국들은 한국의 가입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새 대통령이 선출되고 정치 상황이 안정되면 CPTPP 가입을 한국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하나의 길이 막혔을 때, 다른 길을 가는 것은 본능적인 선택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정 원장=한국 정부는 공급망 재구조화를 지원하는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 범위는 경제안보 관련 분야로 한정돼 있습니다. 정부가 이 기금의 범위를 더 넓혀서 보다 많은 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대미 투자를 늘리면 한국 내 관련 산업이 오히려 더 살아날 수 있습니다.”(정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도널드 트럼프 2.0 시대’는 한국 제조업에 위기일 것인가. 한·미 양국의 대표 싱크탱크로 손꼽히는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애덤 포즌 소장과 한국경제연구원의 정철 원장은 지난달 27일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화상 대담에서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성장하는 미국 경제에 투자함으로써 한국도 시장을 확보하고 동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 시장을 포기할 수도,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할 수도 없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두 사람이 내놓은 해법은 ‘다극화’다. 포즌 소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권의 통합을 강화하자고 제안했고, 정 원장은 공급망 재구조화 지원 기금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회=이상은 워싱턴 특파원 사회=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있는 마러라고 리조트에 각국 정치·경제 인사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지금 그런 외교 총력전을 펼칠 주체가 사라진 상태여서 우려가 큽니다.
포즌 소장=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먼저 트럼프 당선인에게 어떤 제안을 하기 어렵다는 것은 전술적으로 부정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작은 전술의 문제이지 근본적인 전략 문제는 아닙니다.
정 원장=트럼프 행정부를 상대할 적절한 리더십이 없는 상황은 분명 아쉽지만, 한국 기업인 중 트럼프 취임식에 참석하는 이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제단체 간 교류, 지방자치단체와의 교류 등도 이어지는 중입니다.
포즌 소장=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미국에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느냐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한국이 취할 방향은 명확합니다. 한국의 조선과 반도체 역량은 미국의 국가 안보에 필수적입니다. 한국은 미국 제조업에 투자를 계속해야 하고, 원화가치를 상승시켜야 합니다. 대미 투자와 원화가치 상승은 현재 한국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전략입니다. 미국과 ‘윈윈’하는 제안이 될 겁니다.
사회=대미 투자를 대폭 늘리면 미국으로 일자리가 유출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있습니다.
포즌 소장=기우입니다. 미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결과에 관해선 이미 많은 연구가 있습니다. 미국에 투자하는 것은 미국의 ‘보호되는 시장(요새)’에 대해 접근권을 확보한다는 뜻입니다. 또 해외 투자는 투자국의 서비스 수출 등을 동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로 늘어나는 일자리는 미국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정 원장=포즌 소장의 ‘요새’라는 표현에 공감합니다. 한국 기업이 그 요새 안으로 들어가야 할지 말지를 묻는 것은 어리석은 얘깁니다. 진입해야죠. 한국의 대미 투자로 미국에 설립된 한국 기업의 자회사는 한국에서 약 61.4%의 부품을 조달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반면 중국 기업의 한국 내 자회사는 한국에서 관련 부품을 구매하는 비중이 27%에 불과합니다. 이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한국의 대미 투자가 궁극적으로 한국에 긍정적이라는 겁니다.
포즌 소장=최근 미국 경제성장률이 한국보다 높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물론 대미 투자의 결과로 미국에서 일하는 한국인이 증가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생각은 완전히 잘못됐습니다.
사회=앞서 포즌 소장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전략이 중국과 멕시코에 집중될 것이고, 보편관세는 실제로 시행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포즌 소장=보편관세의 도입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봅니다. 다만 11월에 전망한 것보다는 시행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수주일 전에는 트럼프 정부가 10% 수준의 보편관세를 도입할 가능성을 10% 정도로 봤다면, 지금은 30%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사회=전망이 달라진 배경이 있습니까.
포즌 소장=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 케빈 해셋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지명자 등이 지속적으로 관세 수입으로 (법인세와 소득세) 세금 감면으로 인한 세수 감소분을 메울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이 연방정부 예산 전망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법을 변경해서 (보편) 관세를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저는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이나 멕시코 등 개별 국가와의) 협상을 더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정 원장=동의합니다. 트럼프 정부는 1 대 1 협상을 하고 싶어 할 것입니다. 양자 간 협상은 그들이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무역적자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특정 국가의 특정 산업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거죠.
사회=양자 간 협상 국면에서 우리가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무엇입니까.
정 원장=트럼프 행정부의 궁극적인 행정 목표가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죠. 또 미국과 중국이 서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은 자연스럽게 미국의 핵심 파트너로 부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반도체 조선 등 특정 산업에서 경쟁 우위를 갖고 있고, 미국은 이런 산업에서 중국 생산에 의존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한국 산업이 이점을 취할 부분도 여기서 나올 겁니다.
포즌 소장=맞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압박으로 한국이 방위비 지출을 늘리라는 압박을 받고, 얼마간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순 있겠죠. 하지만 그렇더라도 한국엔 기회가 있습니다. 한국은 주요 산업의 경쟁력, 미국과의 신뢰 관계, 안보 동맹 등 여러 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과 갈등하는 다른 개발도상국과 큰 차이가 나는 부분입니다.
사회=한국 기업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한 각종 보조금이 차기 정부에서 없어지거나 줄어들 것을 걱정합니다.
포즌 소장=정권이 바뀔 때 기존 약속이 일부 지켜지지 않는 것은 종종 일어납니다. 이미 공장을 짓고 있고, 또 공장 운영을 보조금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이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애초에 지급하기로 한 것은 한국과 미국의 생산비 차이를 메워주려는 의도였습니다. 또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중국이나 일본에 의존해야 할 텐데 (한국과 같은 우방국인) 일본 기업의 생산 능력은 한국에 비해 부족합니다. 한국 기업과 정부가 이런 부분을 강력히 어필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그렇다면 효과가 있을까요.
포즌 소장=제가 오히려 걱정하는 것은 한국의 정치가 경제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트럼프 정부와 미국 민주당에는 한국 정부가 중국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가장 큰 위험은 한국 정부가 친(親)중국 정책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미국의 반응은 아주 나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한국이 친중국 국가가 될 것이라고 보십니까.
포즌 소장=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 그럴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정 원장=한국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간에 한국과 미국의 안보 동맹은 매우 굳건할 겁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미국을 방문했고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회담을 했습니다. 역학관계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한·중 관계가 예전처럼 협력적이긴 어려울 겁니다.
사회=어떤 이유에서입니까.
정 원장=과거에는 한·중 경제 구조가 상호보완적이었습니다. 지금은 많은 산업에서 한국과 중국은 구조적으로 경쟁하는 관계입니다. 특정 정부가 어떤 정책을 쓰느냐보다 양국 경제가 본질적으로 어떤 관계인가가 중요합니다.
포즌 소장=동감합니다. 한국의 차기 정부가 언제 출범할지는 모르겠지만 (친중 경제정책은) 주의해야 하는 선택이라고 경고하고 싶습니다.
정 원장=우리는 경제적 관계와 정책을 고민할 때 정치가 아니라 경제를 우선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 경제는 여러 딜레마에 처해 있습니다. 인구 구조가 바뀌고 있고 차세대 성장 엔진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문제나 지정학적인 관계에 대한 판단으로 경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사회=한국 경제는 지난 20여 년간 중국 경제와 함께 성장했고, 미국의 압박을 받는다고 해도 쉽게 관계를 단절할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정책을 쓰는 게 적합할까요.
포즌 소장=중국 경제와 멀어지는 데 따르는 비용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호주나 싱가포르 같은 다른 아시아 국가와의 교류를 확대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는 겁니다. CPTPP 회원국들은 한국의 가입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새 대통령이 선출되고 정치 상황이 안정되면 CPTPP 가입을 한국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하나의 길이 막혔을 때, 다른 길을 가는 것은 본능적인 선택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정 원장=한국 정부는 공급망 재구조화를 지원하는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 범위는 경제안보 관련 분야로 한정돼 있습니다. 정부가 이 기금의 범위를 더 넓혀서 보다 많은 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The 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는 1981년 설립된 비영리 연구 기관이다. 진보 성향의 브루킹스연구소, 보수 성향의 헤리티지재단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민간 정책 연구 싱크탱크로 꼽힌다. 설립 당시 명칭은 국제경제연구소였다. 2006년 블랙스톤그룹의 공동 창업자이자 전 미국 상무부 장관인 피터 G 피터슨을 기리는 뜻을 담아 문패를 바꿨다.
정치색이 옅고 국제 경제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 전문성과 정책 경험을 갖춘 50명 이상의 선임연구원이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주제는 국제 무역, 투자, 국제 금융, 환율, 거시경제 정책, 위기 대응, 세계화와 복지 등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해 11월 PIIE와 공동으로 콘퍼런스를 열었다. 두 기관은 매년 정기적으로 연례 콘퍼런스를 공동 개최할 예정이다.
정치색이 옅고 국제 경제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 전문성과 정책 경험을 갖춘 50명 이상의 선임연구원이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주제는 국제 무역, 투자, 국제 금융, 환율, 거시경제 정책, 위기 대응, 세계화와 복지 등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해 11월 PIIE와 공동으로 콘퍼런스를 열었다. 두 기관은 매년 정기적으로 연례 콘퍼런스를 공동 개최할 예정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