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고정성' 기준 폐지…"기업은 임금구조 다시 짜야"[율촌의 노동법 라운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대법, 통상임금 종전판례 뒤집어
'지급일 재직조건부'도 포함
기업 인건비 부담 크게 늘 듯
'지급일 재직조건부'도 포함
기업 인건비 부담 크게 늘 듯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통상임금은 근로자가 근로계약에서 정한 만큼의 근로를 제공했을 때 사용자로부터 받기로 한 임금을 말한다. 예를 들어, 근로자와 사용자가 1일 7시간, 주 5일 근무하기로 약속했다면, 그 내용대로 주 35시간의 근로(소정 근로)를 온전히 제공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임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따라서 통상임금은 근로자가 제공하기로 약속한 노동의 가치를 반영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통상임금은 연장근로 등에 대한 가산임금이나 해고예고수당과 같은 법정수당 산정의 기준이 되므로, 연장근로 등을 제공하기 전에 명확히 산정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용자와 근로자는 연장근로 등에 대한 비용 또는 보상의 정도를 예측하여 연장근로 등의 제공 여부에 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연장근로 등이 실제 제공된 때에 가산임금을 곧바로 산정할 수 있다.
'재직조건부 임금'도 통상임금으로 해석
약속한 노동을 제공했을 때 ‘지급하기로 정한’ 통상임금의 개념은 근로자가 실제 제공한 근로에 따라 ‘지급받은’ 임금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매주 35시간의 근로를 제공했을 때 월급 300만원(기본급, 수당 포함)을 받기로 한 근로자가 실제로는 약속한 시간보다 더 많이 근무해서 350만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고 며칠간의 결근으로 250만원의 월급을 받을 수도 있지만, 월 통상임금은 실제 지급받게 된 임금이 아니라 약속한 노동을 온전히 제공했을 때 지급받기로 정한 300만원이다.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4년 12월 19일 통상임금의 개념을 위와 같이 명확히 하면서 통상임금에 관한 종전 판례를 변경했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점은 아래와 같다.
첫째, 지급일에 재직하는 자에 한하여 지급한다는 ‘지급일 재직조건’부 임금은 앞으로 통상임금으로 해석될 수 있다. 종전 판례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임금의 지급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되어 고정되어 있어야 하는데(고정성), 지급일 재직조건부 임금은 임의의 근로 제공 시점에 조건의 성취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보았다.
하지만, 2024년 전합판결은 ‘고정성’ 개념을 폐기하면서 근로자가 소정 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퇴직’은 실근로의 제공을 방해하는 장애 사유일 뿐, 근로자와 사용자가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의 대가와는 개념상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둘째, 일정한 근무 일수를 근무할 것으로 조건으로 지급되는 ‘근무 일수 조건부 임금’도 마찬가지로 향후 통상임금으로 해석될 수 있다. 종전 판례에 의하면 이 역시 고정성이 없다고 보아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2024년 전합판결은 소정 근로를 온전히 제공할 경우 충족되는 근무 일수를 조건으로 정한 근무일수조건부 임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보았다.
셋째, 근로자의 근무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은 단순히 소정 근로를 온전히 제공했다고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업무성과나 평가 결과를 충족해야만 지급되므로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보았다. 다만, 성과급이라고 하더라도 근무실적과 무관하게 보장되는 최소 분이 있다면 그 금액은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부분에서는 종전 판례와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다.
기업, 임금 부담 늘어날 듯
2024년 전합판결은 새로운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가 원칙적으로 이 판결 선고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된다고 밝히면서 소급효를 제한했다.하지만, 대법원이 종전부터 일관되게 밝혀온 통상임금의 법리에 따라 노사 간 협상과 합의를 통해 임금수준의 총액을 결정해온 다수의 사업장에서는 향후 예상치 못한 막대한 비용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사 간의 협의 과정에서 많은 갈등과 혼란이 예상된다. 기업으로서는 이번 기회에 기존의 임금구조를 재검토하고 새로운 통상임금 기준에 부합하는 임금체계를 설계하고 운용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박재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고려대(경제학)를 졸업하고 제42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32기) 합격 후 20여년간 노동 전문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심판 담당),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 판정위원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고용노동부 자문 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쟁송 분야에서는 부당해고, 임금(통상임금, 임금피크제 등), 원청의 사용자성, 불법파견, 근로자 지위를 다투는 소송 등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자문 분야에서는 인력구조조정, 단체교섭과 노동쟁의, 컴플라이언스(파견법 위반, 인사제도 개선 등), 근로감독 대응, M&A 과정에서의 노동문제 등에 대한 자문 경험이 많다.